Q: 이론물리학자로서 티셔츠에 새길 수 있는 궁극의 방정식을 만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A: 물론이죠. 단지 표준모형은 티셔츠에 새기기에는 너무 복잡합니다. 글자를 작게 쓴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아직은 중력을 포함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도 아니지요. 그러나 표준모형은 중력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모형의 복잡함이나 임의적인 부가사항들은 이것이 우주의 최종답안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주의 최종답안은 임의적인 부가사항이 적거나 아예 없는, 티셔츠에 새기기 적당한 깔끔한 이론일겁니다. 아직 우리는 찾지 못했어요.
Q: 어떤 물리학자들은 그저 여러 이론들의 집합에 만족해야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초끈 이론의 다양한 해들로 이루어진 집합 말이지요. 각각의 해는 더 큰 “멀티버스”의 일부인 서로 다른 우주에 해당할지 모르겠네요.
A: 나는 우리의 빅뱅 우주가 더 큰 멀티버스의 일부라는 아이디어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말이지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설명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어떤 상수, 특히 암흑 에너지의 값이 왜 생명이 만들어지기에 적당한 값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 이론은 설명합니다. 멀티버스의 여러 빅뱅 우주들이 다양한 암흑 에너지 상수를 가지고 있다면, 그 중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상수를 가진 우주에서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생명체가 태어나겠지요.
이 질문은 사실 천문학자들이 수천년 동안 가져온, 지구와 태양에 대한 의문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왜 태양은 지구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있을까요? 만약 태양이 가깝다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너무 뜨거울 것이고, 멀다면 너무 춥겠지요. 로마의 내과의사였던 갈렌은 태양의 적절한 거리를 신의 자비로움으로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설명을 가지고 있지요. 그것은, 우리 은하 안에만 수십억개의 행성이 있고, 이 우주에는 수십억개의 은하가 있으므로, 우리를 포함한 그 중 일부 행성은 항성으로부터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거리에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Q: 그러나 행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적어도 다른 행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버스의 경우와는 다르지 않나요?
A: 어떤 물리이론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관측가능해야만, 또는 모든 가능한 예측이 검증가능해야만 그 이론이 성공적인 이론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양자 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은 강한 핵력을 설명하는 성공적인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쿼크들이 거리에 따라 증가하는 힘에 의해 묶여 있으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는 쿼크를 분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QCD가 주는 모든 예측을 성공적으로 관측했지만, 쿼크 자체는 관측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QCD 가 옳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쿼크 자체를 관측하지 못한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멀티버스를 예측하는 초끈이론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멀티버스의 다른 우주는 관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검증가능한 예측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이론이 멀티버스 안의 모든 빅뱅은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예측한다면, 우리는 우리 우주에 대해 이 예측을 확인해볼 수 있겠지요. 어떤 대칭성이 항상 관측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예측한다면, 또는 어떤 대칭은 특정한 패턴으로 항상 깨져야 한다는 것을 예측한다면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충분한 예측을 만들어내고 검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초끈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이론이 멀티버스를 예측한다면, 그것 역시 사실이겠지요. 적어도 한 이론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이론이 만들어내는 모든 예측을 다 검증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Q: 멀티버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물리학은 마치 철학을 다시 쓰고 있는 듯 합니다. 스티븐 호킹이나 로렌스 크라우스 같은 물리학자들은 철학을 무용한 것으로 묘사해 철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지요. 당신 역시 이 책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 같은데, 어떤가요?
A: 나는 학문적으로의 철학은 반면교사로써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어떤 물리학자들은 철학적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래서 그들이 그 개념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알고 싶어하죠. 실증주의(Positivism)가 좋은 예 입니다. 이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측정가능하고 관측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죠. 철학자들은 오랬동안 이 문제를 다루어왔고, 그들의 논의를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한편으로, 물리학자들끼리도 철학적 논의를 합니다. 멀티버스와 과학의 영역이 좋은 예이지요. 그러니까 어떤 과학 이론에 대해 그것이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지를 따지는 것은 메타-과학의 문제이고, 곧 철학의 문제입니다. 역시, 멀티버스에서 보듯이, 아직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지요. 물론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실증주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철학자들이 물리학의 진보에 방해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과학 이론이 마치 정치제도처럼 그 이론이 도출된 사회적 맥락속에 존재하며, 그 사회의 문화적 바탕 안에서 이해되어야한다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 논의도 그런 예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구성주의를 철학이라고 해야할지 역사학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과학에서는 이는 틀린 말이지요. 이는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우리가 과학을 하는 가장 큰 동기를 해치는 주장입니다.
Q: 이제 당신은 여든 한 살입니다. 흔히 은퇴를 생각할 나이지만 당신은 아직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나요?
A: 1년 이상 매달려 있는 일이 있어요. 어쩌면 그저 한 노인의 집착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양자역학 설명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나는 얼마전 “양자역학강의(Lectures on Quantum Mechanics)”의 두번째 판을 마무리했는데, 그러면서 더욱 양자역학의 해석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죠.
은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나는 즐기고 있으니까요. 나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이들의 연구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내 스스로 무언가를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죠. 1년전, 지금의 양자역학 생각에 빠져들기 전에는 입자론 논문을 쓰고 있었어요. 우주론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죠. 지금 일을 끝내고 나면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가고 싶네요.
(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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