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다 로블린은 자신이 이런 걱정을 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지금 냉동된 수정란 – 자신의 아이가 될 수도 있는 – 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로블린은 서른 다섯에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이미 첫 결혼에서 세 명의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새 남편과 아이를 가지고 싶었고, 시험관 아기가 필요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새로 아들과 딸을 낳았고, 안타깝게도 다른 수정란들은 이제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는 그녀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로블린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있습니다. 미국 보건당국은 미국에만 적어도 60만 개의 수정란이 냉동되어 있으며, 난자와 정자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고 추측합니다.
이 새로운 기술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 남은 정자, 난자, 수정란의 처리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워싱턴 쉐디 그로브 병원의 에릭 위드라는 말합니다. “보관된 수정란은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부모들도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부는 자신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아이를 가지지 못했고 따라서 아이를 더 가져야 할지라는 결정은 고민의 축에도 끼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저 ‘닥치면 그때 결정하겠습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05년 NIH 의 조사는 수정란을 가진 58쌍의 부부 중 72%가 이를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2세의 변호사 엘리자베스 역시 같은 처지입니다. 그녀는 36살에 결혼했고 곧 임신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두 번째 아이를 가지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연임신이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고 싶었습니다. 1년간의 노력 후에 이들은 전문병원을 찾았습니다. 먼저 이들은 보다 저렴한 자궁 내 수정을 시도했고 이것이 잘 되지 않자, 시험관 임신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9개의 수정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수정란을 가지고 시도한 첫 착상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는 다음 세 수정란을 착상시켰고, 그 중 하나가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40주 뒤 건강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곧, 나는 어쩌면 이들의 형제가 될지도 모르는 남은 수정란 4개에 생각이 미쳤지요.”
이들이 지금 세 번째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재정적으로, 시간적으로 이들은 두 아이로 만족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천주교 안에서 자랐고, 생명이 될 수 있는 네 개의 수정란을 그저 얼려놓는다는 것에 신경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남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지요. 그저 ‘보험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겨우 세 번의 시도밖에 남지 않았어. 이 시도들이 다 실패하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녀의 남편은 이 태아들을 과학 연구에 기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이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여전히 이 수정란들이 생명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이 수정란을 해동시킨 후 그들 중에 유전적으로 정상이며 생존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수정란이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넷 중 하나가 그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 수정란을 이달에 착상했습니다. 이들은 곧 임신에 성공했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내가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테레사 크로포드와 그녀의 남편 마이클 헤스 역시 쌍둥이를 낳은 뒤, 더 이상의 아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헤스는 첫 번째 결혼에서 이미 아이 둘을 낳은 상태였고, 이번 쌍둥이는 10주 일찍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들이 조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건강하다는 것은 참 다행이에요.”
수정란 시술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난 2006년, 이들은 100만 원에 가까운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임신 클리닉은 이들에게 6개의 수정란이 남아있으며, 이들을 착상하거나, 다른 부부에게 주거나, 매년 보관비를 내거나, 아니면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선택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수정란을 과학 연구에 기부할 수 있는지를 물었으나 당시 태아 줄기세포 연구는 금지된 상태였고, 이는 불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큰 죄책감 없이 수정란을 파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워싱턴 DC 지역의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얼마 전 한 여성은 자신은 그 수정란 시험관을 집으로 가져왔다며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 “나는 실험실에서 이들이 파괴되도록 놔둘 수 없었어요. 집에 와서 향을 피우고, 시험관을 잡고 울었어요.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분은 나아졌어요.”
보조임신기술법 전문가인 메릴랜드 포토맥의 변호사 메릴 로젠버그는 시험관 기술은 점점 더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이 남은 수정란의 처치 문제 역시 곧 법적인 영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부가 이혼했거나, 한쪽이 사망하거나,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를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고 말합니다.
“한쪽은 살리고 싶어하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요.”
“일반적으로 법원은 수정란을 파괴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요.”
쉐디 그로브의 위드라는 그의 병원에서는 이 문제를 미리 염두에 두도록 만든다고 말합니다. “한 번 수정란이 생기면, 그 수정란은 당신의 소유이며, 이들의 거취를 당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는 것이죠.”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태아 줄기세포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위드라는 자신의 병원에서 역시 수정란을 과학 연구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수정란을 다른 부부에게 기증하는 과정 역시 간편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른 선택사항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로블린은 또한 언젠가 자신들이 이 수정란을 필요하게 될 가능성 역시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한 번에 하나의 난자만을 사용하는 자연주기 시험관 시술을 500만 원씩 들여 시도했지만, 두 번의 실패이후 전통적인 시험관 시술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이들은 수정란 셋을 만들었고, 그 중 둘을 착상시켜 한 명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1년 뒤, 이들은 자연스럽게 임신했고 딸을 낳았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냉동 수정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정란을 기부할 수도 있지만, 로블린은 ‘그 아이가 만약 태어났다면’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어린 두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로블린의 남편은 새로운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을 달가와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지금 애들에 치이고 있고 ‘한 명이 더 생긴다고?’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나는 결국 이런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만약 다른 결정을 내가 견디지 못할것이라면, 그저 한 명을 더 가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겁니다.”
결국 이들은 내년 이맘때 그 수정란을 착상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임신에 성공하든, 하지 않든, 이들은 행복할 겁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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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에 이런 이면이 있었군요. 위험한 면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