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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을 위해 자신을 속입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때로 마지막 1km가 첫 1km보다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를 종종 이야기합니다. 우리 마음은 이런 왜곡된 지각이라는 특성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험들이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입니다. 그는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냈습니다. 이는 공은 우리로 하여금 줍는 행동을 유도하며, 복도는 우리로 하여금 걷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버튼을 보면 누르고 싶어집니다. 이런 유도는 착시와는 무관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바뀐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 때, 우리는 발코니의 높이를 더 높게 추정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피곤할수록, 무거운 가방을 매고 있을수록 우리는 언덕을 더 가파르게 인식하며, 반대로 고칼로리 음료수를 마신 뒤에는 경사가 더 낮다고 인식합니다.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언덕은 아래에서보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 높은 곳으로 보여집니다. 이때문에 아이들은 아래에서 나무를 만만하게 보고 올라갔다가 꼭대기에 올라간 후 자신이 너무 높이 올라왔다고 두려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에 대한 선호에도 이런 상황에 따른 차이는 나타납니다. 남자는 배고플 때에는 덩치 큰 여자를 더 선호하지만, 배가 부를 때에는 날씬한 여자를 더 선호합니다. 아마 곤궁기에는 건강한 여성이 더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의 이상적 여성상이 더 몸집이 큰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음식과 음료 역시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목마른 이들은 물병이 더 가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증이 있을 때 우리는 물병에 손을 더 쉽게 뻗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더 가까이 있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배고픈 이들에게 머핀은 더 크게 보입니다. 이는 흥미로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곧, 그가 진정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오히려 음식이 더 작게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여기에 대한 답은, 이런 인식의 변화는 우리의 잠재의식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다이어트는 바로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뜻이지요. 나의 일부는 머핀을 원하고, 나의 일부는 머핀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적어도 인식의 측면에서는 머핀을 원하는 나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거미와 같은 위험한 대상 역시 더 가까이 있고, 더 크게, 더 빠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결과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 무서운 것과 원하는 것이 모두 더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일까 하는 것입니다. 머핀은, 이렇게 내가 가까이 있으니 손을 뻗어 잡으라는 의미로 가까이 있게 됩니다. 거미는 이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지금이 이미 위험한 상황이니 더 급히 도망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과 두려움은 생존에 있어 모두 핵심적인 감정입니다.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가까이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낮은 혈당과 같은 생리적 상태나, 어떤 친구가 곁에 있는가 하는 사회적 상태 모두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지각은 우리의 인식을 그런 상황에 맞춰 바꿈으로써, 이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활용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달리기에서 마지막 1km 를 남겨둔 상태라면, 당신의 에너지는 다 떨어져 있을 것이므로, 결승점을 더 멀게 느껴지게 하여 에너지의 완전한 고갈을 피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착시일 뿐이지요. 1마일의 길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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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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