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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서 공룡으로 –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횃대에 올라앉을 수 있는 닭의 발가락을 공룡의 발가락으로 ‘역진화’ 시켰습니다.

새들은 사람의 엄지손가락처럼 다른 발가락과 마주 보고 있는 엄지발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특하게 적응한 이 발가락을 이용해 새들은 물건을 집거나 횃대에 올라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들의 조상인 공룡의 엄지발가락은 작고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 보고 있지 않으며 개나 고양이의 며느리발톱과 비슷하게 바닥에 닿지도 않습니다. 재미있게도 새의 배아가 발달하는 과정은 이 진화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의 발가락은 발생 초기에 공룡의 발가락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가 나중에 기저부, 즉 중족골이 틀어져서 발가락이 마주 보는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칠레 대학의 알렉산더 바르가스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브라질 출신의 연구원 조아우 보텔류는 그 밑에 깔려 있는 기작을 연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텔류는 배아의 발가락에 근육이 자리를 잡고 나서 얼마 후에 중족골이 틀어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유전적 변화가 형태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과정이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예입니다.” 예일 대학의 진화유전학자인 건터 와그너 교수의 말입니다.

새의 배아는 알 내부에서 발생하는 동안 많이 움직이며, 발가락의 움직임은 기저부가 틀어지는 것과 동시에 시작됩니다. 보텔류는 엄지발가락 연골 부분의 성숙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다른 발가락에서보다 훨씬 나중에 발현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엄지발가락의 연골 부분은 빠르게 분열이 일어나는 줄기세포 다수를 훨씬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성숙한 연골은 근육의 활동에 의해 쉽게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찰 결과를 보면 새의 발가락은 배아의 근육에 의해 발가락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의 결과로 틀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는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보텔류가 배아 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는 약물인 데카메토늄 브로마이드(decamethonium bromide) 를 주입한 결과, 조상인 공룡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하게 똑바르고 비틀리지 않은 기저부를 지녔으며 다른 발가락을 마주 보지 않는 엄지발가락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상인 공룡의 특징이 새에게서 나타나도록 만드는 실험은 (공룡과 비슷한 정강이라든가 이빨 비슷한 구조 등) 과거에 몇 번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횃대에 올라앉을 수 있는 발가락에 대한 실험이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오픈 액세스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에 출판되었습니다.

이번 실험의 중요성은 공룡과 비슷한 발가락을 얻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화 연구는 종종 변이에만 집중하곤 하지만 횃대에 앉을 수 있는 발가락의 발생과 진화는 배아 근육 활동이 어떤 힘으로 작용하는지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와그너 교수는 이번 연구를 “진정한 발생 역학” 연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유전적 변화가 형태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이 얼마나 간접적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예 중 하나입니다. 이번 실험으로 각 기관계의 상호작용이 유기체 진화의 방향을 조절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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