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990년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반대로 자살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난해 홍콩대학 자살 방지 연구소의 폴 입은 중국의 자살률이 1990년대 10만 명당 23.2명에서 2009~11년에는 10만 명당 9.8명으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자살률의 하락이 바로 한국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대규모의 이농 현상이 발생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단지 그 효과가 반대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김 교수는 중국이 지금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에 의해 “일시적인 안정(lull)”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살률은 반드시 오를 겁니다.” 그는 한국 역시 70년대와 80년대, 경제가 급격히 성장할 때 자살률의 감소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목표가 있을 때 사람들은 자살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표에 도달했을 때 그 목표가 내가 기대하던 그런 것이 아니라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사실 오코너가 글래스고에서 발견했던 것처럼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가지는 것은 때로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질문을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일까?’ 처음에는 그럴 거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의 연구팀이 “희망적 사고(intrapersonal future thoughts)”, 곧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또는 “나는 잘 살 거야”와 같이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자세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이들은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코너는 자살을 시도한 388명을 연구했고, 15개월 뒤 그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했는지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희망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 자살을 재시도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던 반면, 우리는 이 희망적 사고가 오히려 그 사람의 재범율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자기 중심적인 희망적 사고를 하는 이들이 오히려 자살을 또 시도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희망적 사고는 위기 상황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을 때 ‘나는 이 목표들을 영원히 이루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자살과 성 역할의 관계는 아시아와 서구에서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적어도 서구에서 사회가 남성을 바라보는 자세는 훨씬 진보적일 것으로 믿어집니다. 정말 그럴까요?
2014년 마틴 시거와 그의 연구진은 미국과 영국의 남자와 여자들에게 남자와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묻는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은 적어도 남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있어서는 1950년대에 비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자에게 기대되는 첫 번째 원칙은 싸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고, 그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다른 이들을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 원칙은 언제나 상황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들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은 남자로 여겨지지 않게 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진짜 남자’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청하는 남자는 놀림거리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결론은 오코너가 2012년 남성의 자살에 대한 사마리탄 보고서에 작성했던 내용과 놀랄 만큼 유사합니다. “남자들은 자신을 힘과 권력을 가진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와 비교합니다. 자신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수치심과 패배감을 느끼게 됩니다.”
1980년대 중반을 위시해 서구 사회에서는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성 평등과 여성의 성적 안전을 위한 오랜 투쟁이 남자를 기득권자 및 폭력주의자로 묘사한 것이 그 한 가지 이유입니다. 오늘날의 남성상 중 몇몇은 이런 부정적 남성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허영적인 메트로섹슈얼이나 식기세척기조차 다루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 말이지요.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지배하고, 이끌고, 싸우고, 침묵 속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친구와 가족에게 들일 시간 없이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이런 과거의 기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런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부끄러워할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자들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입니다. 사회는 진보했지만, 남자들이 성공과 실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본능 속에 숨어있는, 그리고 문화적으로 강화되어 왔던 이 감정을 없앨 수 있을까요?
오코너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10여 년 전 자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의사에게 우울증 약을 부탁했던 기억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때 그 의사는 “그냥 호프집에 가서 좀 즐기세요”라고 내게 말했습니다.
“정말요?” 오코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볐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겨우 10년 전이라고요?”
“나는 때때로 약을 좀 먹었으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아내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걱정되었죠.”
“부인과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있나요?”
나는 잠시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뇨, 나는 내가 이런 문제를 쉽게 털어놓는 사람인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나도 그저 평범한 바보같은 남자(crap)였을 뿐이죠.”
“그런 게 바보같은 남자가 아니라는 거죠. 이 부분이 핵심이에요. 이야기가 ‘그런 남자는 바보같다’로 바뀌어 버리죠. 그렇지 않아요. 본능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요. 오해는 말아요, 이를 조절은 할 수 있으니까요. 내 말은 이 사회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부담 없이 진료를 받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 말이에요.”
그는 2008년 자신의 친한 여자친구가 자살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사건은 무척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물었죠.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나는 수십 년 동안 이 일을 해왔잖아?’ 나는 그녀의 자살에 책임이 있다고 느꼈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느꼈어요. 그리고 내가 실패자라고 느꼈죠.”
갑자기 그의 이야기 역시 전형적인 사회적 완벽주의로 들렸습니다. “아, 나도 사회적 완벽주의자군요. 나 역시 사회적 비판에 매우 민감해요. 물론 나는 그걸 잘 숨기지만요. 나는 비정상적으로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죠. 나는 내가 다른 이들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민감해요.”
나는 그에게, 당신이 자살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물었습니다. “나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이가 어떤 시기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음, 모든 사람은 아닐 수 있죠. 그러나 상당히 많은 이들이 자살을 생각해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하지만 나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행한 일이죠.”
다시 드러몬드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그는 자신의 약을 보며, 이 약을 모두 입에 털어넣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구원한 것은 다름아닌 그가 자원봉사로 일했던 사마리탄입니다. 그는 오랜만에 그곳에,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말하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나는 사마리탄이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드러몬드는 다시 결혼했고, 아이들은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가 이혼한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여전히 그에게 고통이기 때문에 그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제 다 묻어버린 기억이겠군요. 그런가요?” “남자라면 그런 일은 알아서 처리해야죠. 이런 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선 안 되죠.”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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