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축사를 요청받은 어른들이 고민에 빠지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정작 그 자리에 서면 텅 빈 눈빛, 성의없는 박수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세요, 재미있는 직업을 선택하세요, 선생님, 기업인이 되세요, 하고 건실한 조언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20대 동료 몇 명에게 자문을 구하자, 그런 것은 단상 위에 앉아있는 베이비부머들이나 좋아할 말이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공장에서 찍어낸 조언처럼 들린다는 평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인생과 직업에 대한 기대가 우리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가들은 미국 인들의 커리어 패턴을 크게 네 종류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첫째는 가장 전통적인 커리어, 즉 한 기관이나 회사에서 평생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선형” 커리어로, 같은 분야 내에서 보다 큰 보상과 책임이 따르는 자리로 계속해서 올라가는 형태였고, 셋째는 봉급이나 직책의 변화 없이 여러 분야의 임시직을 전전하는 형태로 “너희 엄마의 악몽”이라 부를만한 패턴이었습니다. 마지막 네번째는 이른바 “나선형” 커리어로, 여러 분야를 옮겨다닌다는 점에서 “엄마의 악몽”과 비슷하지만, 매번의 이직에 분명한 목적이 있고 관심 분야와 가치관이 달라졌음이 드러나는 형태였습니다.
당시 네번째 나선형 모델은 학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고, 이것이 이른바 “X세대”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나도 전형적인 나선형 커리어를 밟아왔습니다. 1982년 대학 입학 후 1년 만에 중퇴하고 뮤지션으로 거리에서 10년을 보냈지만,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경제학 교수가 되었고, 지금은 워싱턴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당시에 “신세대”의 특성으로 꼽혔던 특별한 삶의 방식이 오늘날의 “Y세대”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경기가 나빠서 많은 젊은이들이 임시직 외에는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직시장에서 잘 나가는 청년들조차 더 이상 평생 자리 하나를 지키며 승진을 기대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충만한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주 이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월급이 줄어드는 사태도 감수하는 것이죠.
나선형 삶을 사는 밀레니얼 세대는 목적있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2009년 발표된 한 심리학 연구에서도 자기 삶의 목적에 대해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인생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대로, 세속적인 의미에서 여유가 있어도, 목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경우엔 삶의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졸업식 축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바흐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평생 천 여 개의 작품을 쏟아내고, 인류 역사 상 최고의 작곡가로 손꼽히는 바흐야말로 뻔한 조언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작곡이라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음악의 목적은 오직 신의 영광과 인간 정신의 재창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성화와 봉사라는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높은 인식에 도달하려는 자세와 인류에 대한 박애정신만큼 훌륭한 삶의 목적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졸업 축사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드리는 나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결과물보다는 목적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시고, 성화와 봉사정신을 강조하세요. 그리고 연설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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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있던 고교 졸업 장면이 생각나네요. 세 분이 축사를 해주셨는데, 두 분께서 준비한거 끝까지 다 읽어주신 덕분에 전교생이 40분여를 서있다가 웅성거림이 난동수준에 이를 무렵, 마지막께 손님이 올라오자마자 딱 세 문장 말씀하시고 내려가셨을때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