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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렙스, “아버지들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어머니의 날 선물은 출산, 육아휴가”

옮긴이: 지난 10일은 미국에서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었습니다.

조시 렙스(Josh Levs)는 CNN 방송기자입니다. 지난 2013년 임신한 아내가 자간전증(preeclampsia)에 시달리자, 아이와 태어날 아이를 돌볼 목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신청했는데, 2주밖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성에게는 10주의 유급 출산휴가가 주어지는 데 비해 훨씬 짧았기 때문에 조시는 연차휴가, 대체휴가 등을 한데 묶어 낸 뒤 아이와 아내를 돌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조시는 CNN을 소유한 타임워너 미디어그룹을 미국 정부의 평등고용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고발했고, 1년 뒤 위원회는 조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책 <올인: 회사일만 우선시하는 문화가 어떻게 아빠와 가족들, 그리고 결국엔 회사까지 망쳐버리는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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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유급 출산휴가늘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처음 공개된 블로그에 올리던 순간의 떨리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수많은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하면서도 옳은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제 글과 저의 주장이 몰고 온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뉴욕타임스 1면을 장식하기도 했고, 제 이야기가 공중파 아침뉴스인 투데이쇼에서 다뤄지기도 했죠. 저는 어느덧 남자의 출산휴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10년 넘게 기자로 일하면서 제 스스로가 뉴스 거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타임워너 규정에는 “모든 직원이 출산, 입양, 대리모(surrogacy)를 포함해 아이를 낳을 때 10주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써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직원”이라는 단어는 실제 적용 단계에 이르러서는 “(직접 아이를 낳은) 여성 직원”으로 한정돼 버립니다. 엄마가 아닌 아빠들이 쓸 수 있는 유급 휴가는 2주로 제한되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좀 특별해서 집에서 산모와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가 2주 이상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아이 출산 예정일 한 달 전에 관행 대신 규정대로 10주 휴가를 냈습니다. 휴가를 냈을 때는 별 말이 없던 회사에서 딸아이가 조숙아로 태어난지 11일째 되던 날 답을 보내왔습니다. 유급휴가를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바로 평등고용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그 내용을 텀블러(Tumblr)에 올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친구, 동료들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도 수많은 지지가 쇄도했습니다.

이 싸움은 아빠들만의, 혹은 엄마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곧 명확해졌습니다. 아빠들 뿐 아니라 수많은 엄마들이 힘을 모아준 덕분에 타임워너는 규정을 고쳐 1년 뒤 남자 직원들에게도 기존 관행상 2주보다 긴 유급 출산휴가를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책 <올인(All In)>에 썼듯이 이 문제는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아빠들, 아니 대부분의 미국 가정이 겪는 문제입니다. 아빠가 밖에서 일을 한다고 집에 오면 육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쉬는 세상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아빠들이 목욕 시키고, 옷 입히고, 같이 놀아주고, 숙제를 도와주는 등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다 합하면 하루 평균 세 시간입니다. 직장 생활, 육아, 집안일에 쓰는 시간들을 한데 모아보면, 엄마 아빠가 보내는 시간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일터에서는, 정확히 말하면 일터에 적용하는 (출산휴가 관련) 규정은 아직도 구닥다리입니다. 남자라서, 엄마가 아니라서 출산 휴가나 육아 휴가를 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제도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걸 감안하면, 이 규정의 바탕에 깔려있는 “육아,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전제가 어쩌면 미국 S&P 500 회사들 가운데 여성 CEO가 4.6%밖에 안 되고, 의회 의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20%에 그치는 현실을 낳았는지도 모릅니다.

타임워너 외에도 규정을 바꾸는 대기업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존슨 앤 존슨이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엄마아빠 구분 없이 출산휴가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게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결국 업무효율성 증진으로 이어져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대변인은 제게 “엄마, 아빠 모두에게 유급 출산휴가를 12주 보장해준 뒤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점진적인 개선은 너무 늦습니다. 여전히 출산휴가 일수 자체도 가능한 한 줄이려는 고용주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출산휴가를 늘리면 고용 진작효과가 억제돼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주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기업들은 출산휴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 규모와 관계 없이 출산휴가를 늘려도 회사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직원들을 일부러 곤경에 빠트리고 싶어하는 고용주는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개선책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타임워너가 그랬듯 개선책을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노동자로써 우리가 누리는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 우리가 회사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일과 직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물려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힘을 모아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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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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