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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서 발견된 진화의 비밀

인간 세포는 박테리아 세포와는 달리 DNA와 미토콘드리아 등을 포함하고 있어 더 크고 복잡합니다. 이런 생물을 진핵생물(eukaryotes)라고 부르는데, 동식물을 포함, 곰팡이와 단세포 원생동물인 아메바도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과학자들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변화인 진핵생물로의 진화가 약 20억 년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하지만 단순 미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진화를 뒷받침 할 만한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최근 한 연구팀이 이런 진화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북극해 해저에서 지금까지 진핵생물에게서만 보였던 특징을 가진 미생물을 발견했습니다. 이 미생물은 생물의 조상이 어떤 형태일지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진화생물학자 유진 쿠닌(Eugene Koonin)은 이런 발견이 생물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것이며, 정말 믿기 힘들 정도의 발견이라고 말합니다.

일찍이 진핵생물의 기원에 대한 중대한 단서가 출현한 것은 1970년대였습니다. 일리노이 대학 미생물학자인 칼 우스(Carl Woese)와 그의 동료들은 생명이 어디에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생명의 나무’를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종의 유전적 정보를 비교 분석해, 생명의 나무는 크게 세 개의 가지로 나뉜다고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큰 가지는 대장균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박테리아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생물인 고세균류(archaea)로, 늪지대의 바닥 또는 뜨거운 온천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입니다. 세 번째가 진핵생물인데, 박테리아보다는 고세균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과학자들이 새로운 미생물 종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DNA를 비교할 수 있는 수단들이 발전하면서, 이 생명의 나무는 더 세심하게 구분됐습니다. 진핵생물이 고세균류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씨스 에트마 교수는 진핵생물과 정말 근접하게 관계가 있는 고세균류가 이렇게 깊은 해저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진핵생물에 더 가까운 고세균류가 앞으로도 해저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 미생물학자 스테판 요르겐센은 북극의 표면에서 약 2마일 깊이에서 퇴적물을 채굴하여 연구 중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이 퇴적물의 여러 층에서 고세균류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요르겐센 박사는 에트마 교수에게 이 퇴적물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할 것을 제안하게 됩니다.

에트마 교수 연구팀은 이 퇴적물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요르겐센 박사는 겨우 차 숟가락 하나 정도인 10g의 퇴적물만을 연구팀에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트마 교수는 이 적은 양의 진흙에 정말 얼마 되지 않는 미생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바닷속의 춥고 어둡고 먹을 것이 없는 환경에선 미생물도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뒷마당에서 추출한 한 숟가락의 흙에는 수백만 배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분석을 위한 충분한 DNA를 추출하려면 이 한 숟가락의 퇴적물을 다 써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작은 실수라도 했다면, 연구를 위한 재료가 남아 있지 않아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운이 좋게도, 연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퇴적물에서 찾아낸 고세균류는 지금까지 발견된 고세균류와는 다른 DNA의 연결고리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생물이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라 이 생물을 ‘로키아카이움’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DNA 분석을 통해 과학자들은 로키아카에움이 고세균류로 알려진 다른 생물들보다 진핵생물에 더 가깝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생물이 진핵생물로 진화되기 이전에 발견되는 많은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많은 특징은 진핵생물을 구성하는 특수한 구성물에서 나타납니다. 이 구성물 중 리소좀이라 불리는 진핵생물 세포는 결함이 있는 단백질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모든 진핵생물은 또한 모습을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성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세포 골격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에트마 교수와 동료들은 로키아카이움의 많은 유전자가 이런 세포 골격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로키아카에움이 원시동물과 유사하게 이런 골격을 사용했을 수 있습니다. 로키아마에움 유전자에서 발견된 특징은, 이들이 진핵생물처럼 분자나 미생물을 삼켜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로키아카에움은 다른 고세균류나 박테리아보다 훨씬 더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키아카에움은 세포핵이나 미토콘드리아가 없기 때문에 진핵생물만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에트마 교수의 발견은 어떻게 로키아마에움과 같은 특징을 가진 생물이 진핵생물로 완전히 진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조명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진핵생물의 조상이 복합적 구조로 진화하기만 하면, 그 다음 중요한 단계는 미토콘드리아의 형성이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박테리아로부터 발전해 왔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신만의 고유한 DNA를 지니고 있으며, 세포핵보다는 박테리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핵생물의 조상이 자유로운 상태의 박테리아를 삼켰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이 박테리아가 미토콘드리아가 되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로키아카에움은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미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핵생물이 미토콘드리아를 습득하면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얻게 되고 더 복합적인 세포가 됩니다. 2006년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쿠닌 박사와 윌리암 마틴 박사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핵의 진화를 촉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두 쌍의 유전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세포 안에서 큰 혼란을 일으킵니다. 쿠닌 박사와 마틴 박사는 진핵생물이 이 둘을 서로 분리하기 위해 서서히 벽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로키아카에움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은 과학이 밝힐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에트마 교수는 이 세포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고, 이 연구는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에트마 교수는 말합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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