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윤리적으로 자백을 받아내는 법

지난해 겨울,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두 명의 심리학자가 CIA를 도왔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물고문이나 수면 방해와 같이 논란이 될 수 있는 행위를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으로 보완하는 “강화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기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셀리그만 본인은 이 기사가 나간 후 자신의 이론과 고문의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문제는 폭력과 위협에 의한 심문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먹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대적이고 강압적인 심문은 상대의 입을 다물게 만들 뿐입니다.” 심문에 대해 연구하는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크리스찬 마이스너의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회적 영향(social influence)의 원칙들을 사용하는, 협력에 기반한 전략들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심리학자들이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다”와 같은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할 경우, 심문을 돕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서 윤리적으로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이 존재할까요?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인지 및 사회 심리학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요 용의자 심문 위원회(HIG)”를 발족시켰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지난 겨울 “응용인지심리학(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윤리적 심문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를 지지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들입니다. 비록 이 방법들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방황하는 10대나 의심스런 배우자, 정보를 숨긴듯한 직장 동료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요.

  1. 관계를 형성하라. 이는 잘 알려진 “좋은 경찰” 전략입니다. 심문자가 냉정한, 이것 저것 따지는 스타일일 때보다 상대방에게 더 공감하는 스타일일 때 이들이 더 많은 것을 털어놓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다른 많은 방법들 역시 먼저 상대를 협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입니다. 상대를 협조적으로 만든 다음에야, 우리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빈칸을 채우게 하라. 알아내야 할 사실을 직접 묻는 것 보다는 상대방에게 마치 당신이 한 일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전체 사건을 들려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은 세부적인 내용을 덧붙이거나 어떤 부분을 수정할 겁니다. 이 기술은 2차대전 당시 이를 개발한 독일의 한스 샤프의 이름을 따 샤프(Scharff) 테크닉이라 불립니다. 최근 한 연구는 이 기술이 직접적인 질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이들 역시 이 기술의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놀라게 하라. 심문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답을 미리 준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증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처럼 보이게 해야 하며 동시에 침착하고 냉정해 보여야 하므로 커다란 인지적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함으로써 이들이 스스로 허점을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4.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라.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지 않는 반면,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내용을 고치고 세부를 덧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이스너는 “모순은 기억이 가진 근본적인 특성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하기 위해 심문자는 종종 사람들에게 사건을 시간의 역순으로 회상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곧,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으며 거짓을 말하는 이들은 사건을 꾸미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5. 결정적 순간까지 증거를 감추어라. 지난 3월에 발표된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을 추궁하는 증거에 직면하게 될 경우, 사람에 따라 입을 닫거나, 심문자에게 적대적으로 바뀌거나, 분노를 드러내게 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직접 제시하기보다 가볍게 암시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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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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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씨 심문(?)할때 검사가 써먹으면 될듯?ㅋ
    하지만 검사가 헛다리 짚은것도 같은데... =ㅂ= 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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