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IT경영

애플이 항상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지는 못할 겁니다. IBM을 보세요.

애플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장하지는 못할 겁니다. 어떠한 기업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애플은 시장 가치로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7,580억 달러가 넘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애플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더 남아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애플 시계, 아이폰, 맥북과 같은 제품들은 계속해서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분기별 수익보고서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몇몇 헤지펀드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플이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우려할 만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우선 애플은 이미 중요 분기점을 넘은 기업입니다. 지난 2월에 애플은 이미 S&P 500에 등재된 기업 중 애플 다음으로 큰 기업보다 2배나 큰 시가총액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런 일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장 전문가인 하워드 실버블랫(Howard Silverblatt)은 과거 애플의 명성과 가장 비슷한 사례는 IBM이라고 말합니다. IBM의 시가 총액이 당시 2위였던 기업의 시가 총액의 두 배가 넘었던 해는 1983, 1984, 그리고 1985년이었습니다. “그때는 개인용 컴퓨터가 새롭게 등장하던 시기였죠. 그리고 모두가 IBM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애플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애플은 미국 뮤추얼 펀드가 가장 널리 보유하고 있는 주식입니다. 과거 화려한 명성을 누린 IBM은 뮤추얼 펀드 주식 보유에서 62위로 애플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IBM은 여전히 중요한 기업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IBM의 시장 가치가 애플의 1/4도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보였던 IBM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애플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IBM이 얼마나 중요한 기업인지를 종종 잊습니다. 어떤 지표들에 의하면 IBM의 중요성은 오늘날 애플의 중요성보다 더 컸습니다. 예를 들어 1985년 IBM의 시가총액은 S&P 500 전체 시가총액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엑손(Exxon)의 2.35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손이 시가총액 2위와 3위 자치를 지키고 있는데, 애플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IBM은 현재의 애플과는 다른 환경에서 운영되었습니다. 비지니스와 관련된 기계를 생산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던 IBM은 대중 문화 속에서 “멋진 것”의 상징이 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지만, 그 명성은 놀라웠습니다. 명성을 숫자로 매길 수는 없지만 1987년 취리히 IBM 지사에서 일하던 두 명의 과학자가 초전도성(superconductivity)과 관련한 혁신으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1986년에 IBM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은 이듬해 또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오늘날 애플의 연구는 놀랍지만, 대부분이 제품과 관련된 연구들로 IBM이 했던 혁신적인 기초 연구들과 비슷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IBM의 이러한 위엄있고 근엄한(Olympian) 태도와 접근이 IBM의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에 IBM이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을 때, IBM은 계속해서 과학적 혁신과 초고속 컴퓨터를 선보였지만,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 라인과 소비자 서비스 부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IBM은 컴퓨터 산업의 핵심적인 부분을 “순진하게”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과 같은 기업에 내주게 되었습니다. 만약 투자자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 당시 IBM은 컴퓨터 기업의 정수였고,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워보이는 독보적인 질주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젊은 스티브 잡스가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연설에서 IBM의 오만하고 근시안적인 접근을 조롱하며 IBM이 곧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 이날 스티브 잡스가 곧 시중에 소개될 매킨토시를 소개하는 광고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IBM 컴퓨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IBM 컴퓨터를 겨냥하듯이 “당신이 들어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절대 신뢰하지 마세요”라는 목소리가 함께 흘러나왔습니다.

IBM은 이 사건이 있은 뒤 몇 년 후에도 계속 번창했지만, 잡스가 예상했듯이 곧 파괴적 혁신이 가져오는 변화에 매우 취약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IBM은 고통스러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수익보고서는 여전히 IBM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IBM은 성장 속도가 느린 개인용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 칩 생산과 같은 산업 분야에서 철수하고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모바일 앱과 같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지만 새롭게 확장한 사업 분야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을 때 급속한 성장 속도는 불멸의 지위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IBM의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애플의 투자자들 역시 이 교훈을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입니다. (뉴욕타임즈)

원문보기

arendt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3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4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