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은 “만약 개가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보다 수십 배 발달한 개의 후각을 가리켜 한 말인데, 다시 말해 개는 인간의 후각으로 분별할 수 없는 미세한 냄새의 차이까지 모두 느끼며 대화를 할 테니 대화의 수단인 언어는 통하더라도 그 뜻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거란 의미였습니다. 언어학자 마지드(Asifa Majid)의 최근 연구를 보면, 특히 영어를 언어로 쓰는 인간은 냄새를 표현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말레이반도에 사는 원주민인 자하이(Jahai)족이 쓰는 언어 아슬리안(Aslian) 어와 영어를 비교, 분석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열대우림에서 수렵, 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자하이족은 자연에서 접하는 다양한 냄새를 잘 분간해낸 반면, 대다수가 산업화된 도시나 마을에 살고 있는 영어 이용자들의 후각은 자연에서 접할 수 있는 냄새를 맡아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아슬리안어로 ‘쁠렝’이라고 발음되는 단어는 신선한 피, 날고기, 진흙, 고인 물, 싱싱한 생선, 수달, 특정 두꺼비 종의 냄새를 지칭하는 뜻을 지닙니다. 정말 다양한 대상이지만, 여기서 나는 냄새의 공통점을 포착한 단어를 일상 생활에서 쓰고 있는 셈입니다. 영국식 영어를 예로 들더라도 도시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특정 냄새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있기야 하겠죠. 토요일밤 유흥가 근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쌓인 토사물이 밤새 내린 부슬비에 젖은 뒤 나는 일요일 아침의 냄새를 뜻하는 “drick”이란 단어도 있을 테고,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싸구려 남성용 화장품과 데오도란트, 향수가 섞여 나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냄새를 뜻하는 “nacks”란 단어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몇 가지 비교를 토대로 자하이족이 쓰는 아슬리안어가 영어보다 냄새와 향기를 표현하는 데 더 나은 언어라고 섣불리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에스키모의 언어에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훨씬 많다”는 잘못된 상식을 재탕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 영어로 쓴 소설이나 문학작품만 봐도 향기와 냄새를 묘사하는 단어가 얼마나 풍부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퀴퀴한 냄새를 뜻하는 단어 “musty”와 유사한 뜻을 가진 영어 단어만 해도 사전을 뒤져보면 “acrid”, “putrid”, “floral”, “musky”, “pungent”, “mouldy”, “burnt”, “citrusy”, “earthy”, “gamy”, “smoky”, “woody”, 그리고 “prunty”까지 10개는 족히 넘습니다. 문제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런 풍부한 어휘를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활용하고, 실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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