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전 세계 29개 국가에서 남성의 3분의 1 이상이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19개 국가에서 여성의 3분의 1 이상이 때로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적 학술 네트워크에서 실시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의 2010-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자료를 인용하여 보고서를 낸 클린턴 재단의 정책 자문 레이첼 털친은 여러 사회에서 가정 폭력이 문화적으로 용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특정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모든 집안일을 담당하고, 남편의 허락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고, 다른 의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회 통념이라는 겁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규범에 반하는 행동이 곧 폭력의 빌미가 되고, 통념은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르완다에서는 무려 여성의 96%가 가정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와 남아공에서는 여성의 3분의 2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국가는 중국, 이집트, 페루, 이라크, 나이지리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문화권과 종교권을 가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가정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나라에서도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놀랄만큼 높습니다. 미국에서도 10명 중 1명, 독일에서도 5명 중 1명이 배우자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가정 폭력에 대한 여성의 생각과 실제 가정 폭력 발생 간의 연관 관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이 가정 폭력을 수용하는 태도는 분명 위험 요소가 됩니다. 여성이 피해자가 되고도 이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자신은 가정 폭력이 나쁘다고 생각해도 피해자가 되었을 때 주변에서 도움이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가정 폭력을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 사회에서는 아이들도 부모로부터 비슷한 가치관을 배우며 자랄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성들의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03년 이후 10년만에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아이티에서는 그 비율이 11%에서 3%로 급감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가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는가의 여부가 여성들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털친은 종교 지도자나 지역 사회의 지도자가 나서서 구성원들과 가정 폭력이라는 문제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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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이렇게 봐야할것 같네요. 가정폭력에 대해 용인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그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여자보다) 많은 의무와 역할지우고 있다 이렇게 말이죠. 맞는 여자입장에서 저남자가 나보다 더 많이 일을 하니까(혹은 할 수 있으니까) 내가 맞아도 돼 이렇게 스스로를 달랠 수 있을테니까요. 안그렇다면 여자들이 가만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남편의 폭력이 쉽게 용인이 되는 사회의 여자들은 교육기회가 적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제한적이고, 여성 스스로도 '여자는 그런 일하면 안돼' 이런 편견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물리적 폭력, 언어 폭력 등 직접적 폭력에 저항하지 않는 자들이 많은 국가일수록, 국가나 조직에서 행사하는 간접적 폭력에는 더욱 무력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