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간 어떤 이들은 형기를 채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자들을 만나 출소한 뒤 벌일 새로운 범죄를 구상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경에 푹 빠져 종교를 갖고 새 사람이 되기도 하죠.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자고 운동만 해서 몸짱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감옥에서 (범죄가 아닌)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실행에 옮긴, 그리고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둔 기업가를 소개합니다. NPR Planet Money의 17분 분량의 파드캐스트를 정리했습니다.
사실 창업은 쉽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지금 앉은 자리에서 바로 시작할 수도 있죠. 하지만 창업을 해서 성공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성패는 과연 이 서비스, 제품의 고객을 어떻게 유치하고 그들이 한 번 써보고 매력에 빠져 자꾸 이용하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헛슨 씨의 픽처그램의 경우 헛슨 씨가 5년을 감옥에서 보낸 전과자이기 때문에 창업까지의 과정이 조금 더 험난했습니다. 남들보다 어렵게 창업은 했지만, 성공 여부는 또 다른 문제죠. 좋은 아이디어가 성공을 보장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막상 돈벌이는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2012년 픽처그램은 첫 고객 유치를 위해 광고를 시작합니다. 말이 좋아 광고지 사실상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일쑤인 전단지나 다름없는 엽서를 수감자 500명에게 보낸 겁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감옥에서 사랑하는 가족, 여자친구 사진 받아보시기 힘들죠? 픽처그램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최초 가입하시면 첫 번째 사진 배송은 무료입니다.’ 여기에 엄마가 정성껏 요리하는 사진, 아이가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 예쁜 여자친구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첨부했습니다. 그럴싸해보일지 몰라도 수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가족,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이런 서비스가 있으니 이용해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가입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보통 이런 전단지의 응답률은 1% 정도입니다. 100장에 한 명 꼴로 소비자가 반응을 보인다는 뜻이죠. 여기서 말하는 반응은 구매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문의를 한다거나 어떤 형태로든 피드백이 온다는 뜻입니다. 픽처그램의 첫 전단지 응답률은 얼마였을까요? 무려 27%. 500명 가운데 약 135명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응은 사이트 가입을 뜻합니다. 첫 번째 전단지 광고 500장만으로 유료 고객 135명을 확보한 겁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은 이 서비스의 최종 고객이 엄밀히 말하면 수감자가 아니라 수감자의 가족, 친구들이었다는 점입니다. 헛슨 씨도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이를 깨달았는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 사진을 받아보려면 누군가는 사진을 보내야 하는데, 결국 값을 치르고 사진을 보내는 사람은 수감자가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이니까요. 픽처그램은 수감자의 불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발했지만, 실은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준 셈입니다. 많은 수감자의 가족들은 사진을 편리하게, 더 많이, 더 자주 보내는 데 기꺼이 몇 달러를 낼 용의가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픽처그램은 이제 전화상담 직원 6명을 둔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자랐습니다. 현재 사무실이 비좁아 더 넓은 사무실로 옮길 예정입니다. 이제는 사진만 보내는 서비스가 아니라 미국 전역의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그 중 하나는 수감자들 가족의 전화번호를 모아 수감자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통화료를 내지 않고도 가족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헛슨 씨가 수감 당시 통화료는 15분에 5만 5천 원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죠. 시내전화 요금으로 가족과 통화하는 서비스는 수많은 수감자와 가족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픽처그램은 어딘가 어두운 감옥의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이름도 바꿨습니다. 비둘기처럼 감옥 안과 밖의 소식을 잇는다는 뜻에서 피전리(Pigeonly)로 바꿨죠. 성공과 함께 투자는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벌써 받은 투자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투자자들은 특히 감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들어낸 헛슨 씨의 이야기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결과론이지만 이 모든 성공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헛슨 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잇습니다.
“글쎄요. 글쎄요. 감옥에 갈 만한 죄를 지은 점,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운 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었죠. 그렇지만 감옥에서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건 분명 도움이 됐어요. 아마 그 5년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었을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가족을 비롯해 저를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시켰던 만큼, 이제라도 버젓하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야죠.”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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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무리가 해피엔딩처럼 느껴져 더 좋네요. (픽처그램 -> 픽쳐 : 어가 여로, 구글검색하니 바꿔검색하더라구요 )
재밌네요. 관련 기사를 조금 더 찾았는데 흑인이라 그런지 선처를 받을 수도 있었던 마리화나 유통에 굉장히 엄격한 구형(51개월) 을 받은 것같네요. 보기 드물게 창업팀이 다 흑인들인데,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nytimes.com/2013/11/07/business/smallbusiness/released-from-prison-and-starting-a-company.html?_r=1
멋지네요 ㅎ
멋진 사업 아이디어입니다. 동시에 창업을 하려면 무엇부터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쓰여진 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