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지하드 존의 등장에 앰네스티의 입장이 곤란해진 까닭은

“지하드 존” 모하메드 엠와지의 정체가 밝혀지고 난 후, 입장이 난처해진 기관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를 심문하고도 그냥 보내준 영국의 국가 정보 기관 MI5입니다.  영국의 이슬람 단체인 케이지(Cage) 역시, 엠와지를 좋은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MI5의 괴롭힘 때문에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곤란을 겪고 있는 곳은 바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입니다.

앰네스티 인터네셔널은 1961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른바 “양심수”들을 돕기 위해 결성된 인권 단체입니다. 수 많은 양심수들이 앰네스티로부터 물심양면의 도움을 받았고, 1977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이제는 70개 국에 지부를 둔 세계적인 기구가 되었고, 빈곤과 무기 거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외연을 확장시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애초의 설립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단체나 기구와도 협력 관계를 맺게 되었죠.

앰네스티와 케이지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앰네스티의 고위 관계자 기타 사갈은 앰네스티가 현재 케이지를 이끌고 있는 모아잠 베그와 너무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난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모아잠 베그는 아프가니스탄과 관타나모에서 미군의 포로 생활을 했던 인물이었죠. 케이지는 “전쟁과 테러의 영향을 받은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주는 독립적인 시민 단체”를 자처했지만, 사갈은 케이지가 서구 및 비이슬람권과 폭력적인 성전을 치르자고 부추기는 단체지 인권 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앰네스티에서 물러난 사갈은 “세속주의 공간을 위한 센터”라는 단체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터지자, 총리에게 특별 조사를 통해 이슬람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에 영국이 개입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한 서한에 케이지와 공동 서명한 앰네스티를 다시 한 번 비난하고 나섰죠. 사갈은 케이지가 인권 단체이기는 커녕 관용, 여권과 같은 가치를 조롱하는 단체인데, 이름을 나란히 하며 케이지와 엮였으니 앰네스티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즉시 케이지의 이데올로기를 용인한 것도,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신중하지 못했다는 회원들의 질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단체와 동맹을 맺을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어렵게 얻은 셈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원문보기

eyesopen1

Recent Posts

[뉴페@스프] “응원하는 야구팀보다 강한” 지지정당 대물림… 근데 ‘대전환’ 올 수 있다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2 일 ago

[뉴페@스프] ‘이건 내 목소리?’ 나도 모를 정도로 감쪽같이 속였는데… 역설적으로 따라온 부작용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4 일 ago

살해범 옹호가 “정의 구현”? ‘피 묻은 돈’을 진정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5 일 ago

미국도 네 번뿐이었는데 우리는? 잦은 탄핵이 좋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1 주 ago

“부정 선거” 우기던 트럼프가 계엄령이라는 카드는 내쳤던 이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2 주 ago

트럼프, 대놓고 겨냥하는데… “오히려 기회, 중국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

3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