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문화

드레스 색깔 논쟁의 비밀은 역광입니다

어제밤 늦게 잠이 들려고 할 때, 막 인터넷에서는 드레스 색깔 논쟁이 벌어지는 참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살짝 보고는 아내에게 “드레스 하나 가지고 왠 바보같은 논쟁이람. 저건 그냥 횐색-금색이잖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잠이 들었죠.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는 화가 나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드레스가 의문의 여지없이 파랑-검정색이라며 저를 미친 사람처럼 여겼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사실, 그 드레스는 파랑-검정색이 맞습니다.)

그 사진은 전세계적인 논쟁을 낳았고 지구촌 곳곳에 가정불화를 일으켰습니다. 또 다른 사진에 등장한 같은 드레스를 보면, 그 옷은 진청색-검정색 드레스였습니다.

사실 사진에 찍힌 드레스 색 자체가 화이트-골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는 (잠재의식에서) 그 사진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원래 드레스가 화이트-골드라고 유추했던 것입니다. 전문가적 견지에서 말하건 데 그 사진은 엉망으로 찍혔습니다. 주변 조명이 색조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즉 하얀색이 주위 태양빛이나 조명기구의 빛에 영향을 받아 살짝 푸른 빛을 띠게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현상은 결혼식장 사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신부가 입은 하얀색 웨딩드레스는 대개 주변 조명때문에 사진 속에서 다소 푸른 색이나 오렌지 색으로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의 그 드레스 사진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합니다. 주변 채광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뒤에서 역광을 받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울 같은 것이 뒤에 있어서 외부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고 있습니다. 그 빛은 실내를 밝히는 인공 조명과 섞였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카메라나 인간의 눈은, 해당 사물이 ‘실제보다 어둡고 푸른 빛을 띠게 됐을걸’이라고 여기고 역방향으로 보정을 하게 됩니다. 즉 더 밝고 덜 파랗게 인식합니다.

만약 그 네티즌이 역광을 피해서 드레스 사진을 찍었더라면, 우리는 목요일 저녁에 라마 탈출이나 구경하면서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요. 참고로 옷을 고를 때 사진만 보고 사면 실제 색깔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을 통해 아셨길 바랍니다.

원문출처: PCmag

신호철

View Comments

  • 저건 주변광에 대한 무의식적인 보정 수준이 아닌데요... 진파랑, 칠흑색이 어떻게 저렇게 하늘색,황색까지 가겠습니까... 정말 파랑,검정인걸 알아내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 I don't see true white and gold, but that's what I thought the true colors were in reality. =다만 저는 (잠재의식에서) 그 사진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원래 드레스가 화이트-골드라고 유추했던 것입니다.

    잠재의식에서 현실적으로 해석한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입니까? 저도 번역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제가 해당 사진에서 진짜 흰색과 금색을 본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어쨌든 두 색이 드레스의 실제 색상일 거라고 짐작했던 겁니다." 정도가 맞지 않습니까?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22 시간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2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5 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6 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