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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단체에 순위를 매기다? 효과적인 기부와 포커 선수들

옮긴이: 이번주에는 NPR Planet Money에서 “Hey Big Spender”라는 제목 아래 다시듣기 시리즈로 묶어서 편집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로 “효과적인 기부”에 동참하는 프로 포커 선수들의 이야기입니다. 방송 대본은 이 링크를 누르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커는 미국에서 케이블 스포츠 채널 ESPN에서도 종종 중계를 해줄 만큼 인기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명한 프로 선수들은 대회 상금으로만 상당히 높은 수입을 올리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포커 선수들 가운데 유니폼 왼팔 부분에 “R-E-G”라는 글씨를 선명하게 새겨넣은 선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R-E-G가 도대체 뭘까요?

이야기는 스위스에서 윤리학을 연구하는 철학자 아드리아노 마니노(Adriano Mannino)로부터 시작됩니다. 마니노는 효과적인 기부(effective giving)을 연구하고 지지하는 학자인데, 효과적인 기부란 부자들이 기부를 할 때 헐벗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가장 많이 줄여줄 수 있는 자선 단체, 자선 활동에 기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 자체에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자선 단체, 자선 활동 가운데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니노는 “모든 자선단체가 다 모두를 위해 좋은 일 하는 건데 이들 가운데 누가 더 낫고 누구는 못하다는 순위를 매기는 게 웬말이냐”는 식의 반대에 수도 없이 부딪혀왔다고 말합니다.

효과적인 기부의 취지를 이해하고 기부에 동참할 사람들을 찾던 마니노는 리브 보리(Liv Boeree)라는 프로 포커 선수와 연락이 닿게 됩니다. 보리는 몇 년 전에 상금 17억 원을 벌기도 한 포커 선수입니다. 보리는 막대한 상금을 번 뒤에 동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대체 우리가 이 상금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계속 포커를 잘 치는 선수로 활동하는 게 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인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니노라는 철학자가 효과적인 기부를 설파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보리는 직접 연락을 취했고, 스위스로 날아가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효과적인 기부에 대해 설명을 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탁 쳤어요. 제가 찾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보리와 몇몇 포커 선수들, 그리고 마니노는 지난해 초 효과적인 기부 모임(Raising for Effective Giving, R-E-G)을 만듭니다. 선수들 왼팔 부분 완장의 R-E-G는 바로 이 선수들이 최소한 자신의 상금 2%를 효과적인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표시인 겁니다. R-E-G는 자선 단체의 활동이 효과적인지 여부를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데 기준은 복잡하면서도 간단합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데 얼마만큼의 돈을 들이느냐가 바로 그것이죠. 돈을 적게 들일수록 같은 액수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R-E-G의 설명입니다. 또한 R-E-G의 순위표에는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자선 단체는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람 목숨을 수치화할 수 있냐는 취지의 반론이 제기되면서 R-E-G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미 세상의 많은 것들이 숫자로 가늠되고 순위의 지배를 받고 있잖아요. 중요한 건 그 숫자, 순위를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잘 활용하느냐, 아니면 그냥 모른채 취지는 좋아도 돈을 낭비하고 마느냐를 결정하는 일이죠.” (NPR Planet Money)

NPR 듣기(해당 방송 8분 ~ 11분 55초)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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