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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사형제도를 고수하는 이유

취임한 지 갓 100일을 넘긴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나라의 정치적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당선 직후부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에게는 분명 독재자나 막후 실세의 면모를 보였던 전임자들과 다른 파격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헤비메탈 음악의 열성팬으로, 대선 승리를 콘서트 현장에서 축하하는가 하면 메탈 밴드 네이팜 데스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적도 있습니다. 위도도 대통령은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수하르토 정권 하의 인권 유린을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위도도에게 패배한 상대는 군사 정권에서 인권 탄압에 앞장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군 출신 인물이었죠.

그러나 그에게 개혁을 기대했던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사형제도를 고수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 5명을 포함해 마약사범 6명을 총살시켰습니다. 현재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있는데,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최근 네이팜 데스의 멤버 마크 그린웨이가 대통령에게 호주인 마약사범들에게 선처를 베풀고 사형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서한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마약 범죄가 하루 50 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며 마약 범죄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정치계의 아웃사이더인 대통령이 법과 질서에 엄격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근본적인 사법 개혁이나 마약 시장의 ‘큰 손’들에 대한 처벌 없이, 만만한 상대인 외국인 마약 사범들을 처벌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죠. 공직 사회의 부패와 이로 인한 사법 체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이 인권 단체들의 지적입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사형 제도가 남용되거나, 엉뚱한 희생자를 낳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 단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국민 다수가 사형제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도도 대통령이 포퓰리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사형 제도 잠정 중단(moratorium)을 지향해왔지만, 그 속도는 지지부진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133명이고, 이 중 57명은 마약 사범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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