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큰 이민자 집단은 어디일까요? 히스패닉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지 않고 멕시코계 미국인, 쿠바계 미국인 등 나라별로 나누어 놓고 보면 가장 큰 집단은 ‘독일계’ 입니다. 미국 인구 3억 명 가운데 독일계 미국인은 4,600만 명으로 아일랜드계 3,300만, 영국계 2,500만 명보다 많습니다. 미국 북부 지역에서는 어느 인종 그룹보다도 단연 큰 집단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독일인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죠. 정치인 마이클 두카키스는 그리스계, 사업가 케네디 집안은 아일랜드계, 대대로 뉴욕 주지사를 지내온 쿠오모 집안은 이탈리아계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 데 반해 하원의장 존 뵈이너(John Boehner)나 상원의원 랜 폴(Rand Paul)이 독일계라는 건 모두 잘 모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파이저 의약품, 보잉 항공기, 스타인웨이 피아노, 리바이스 청바지, 하인즈 케첩까지 모두 독일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지요. 홈페이지 어딘가에 가면 독일계 이민자에 의해 설립되어있다고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로 써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독일계 이민자들은 미국 문화에 곳곳에 영향을 남겼습니다. 애플파이(Apfelkuchen)에 뿌리는 시나몬부터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부활절 토끼, 프렛젤, 핫도그, 소시지(bratwurst), 양배추초절임(sauerkraut)까지 모두 독일 문화의 영향이지요. 독일인이 가는 곳마다 커다란 루터식 교회가 지어졌고, 독일인이 많은 위스콘신에는 미국 첫 유치원과 독일인들이 즐기는 체육관(Turnvereine, 혹은 gymnastics)이 세워졌습니다.
1848년 독일 혁명이 실패한 후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의 혁명가들은 혁신적인 사회주의 사상을 퍼뜨렸습니다. “독일 사상, 사회주의, 맥주가 밀워키를 돋보이게 만든다”라고 존 구르다라는 역사학자가 말한 적이 있지요. 미국 북부에 정착한 독일 이민자들은 첫 사회주의자 시장이 되었고,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밀러 맥주도 밀워키로 이주한 이민자 프레데릭 밀러의 양조장에서 탄생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팀 밀워키의 팀 이름은 “양조업자들”(the Brewers)입니다.
미국의 독일인들은 사회 상류층은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이민자들 가운데 중산층이 많아 정치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반면, 독일계 이민자들은 대개 가난한 농부 출신으로 미국 중서부 광할한 대륙에 조용히 정착했습니다. “이탈리아인은 시청을 점령했고, 독일인들 큰 맥주집을 열었습니다.”
1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은 적국 독일에 병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독일인을 보면 침을 뱉을 정도로 공격적이었고, 학교에서 독일어 사용이 금지되었으며, 독일어 책은 불태웠습니다. 독일계 미국인은 전쟁 채권을 구매해 애국심을 증명하라고 강요당했지요. 미네소타의 독일인 마을에서 젊은 청년이 군 소집을 거부하자 미군이 들이닥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계 미국인들은 독일어를 쓰지 않고 영어식 이름을 쓰는 등 정체성을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2차대전은 1차대전 만큼 심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는 여전히 독일계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는 독일계 미국인이 정체성을 더욱 더 감추는 계기가 되었죠.
오늘날 독일계 미국인은 그 어떤 인종 그룹보다도 성공적입니다. 평균 수입은 61,500 달러로 미국인 전체 평균보다 18% 높고 대학 학위를 가지거나 직업을 가졌을 확률도 높습니다. 97%가 집에서도 영어만 쓰지요. 독일계 정치인들도 인종 그룹의 전폭적인 후원 없이 조용히 떠오르고 있습니다. 의회 내 독일인 모임은 2010년까지 존재하지도 않다가 결성된 이후 단번에 100명의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자라났습니다.
“독일이 오늘날처럼 인기가 많은 적이 없다니까요.” 독일인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전통적인 독일 문화 상품, 독일로의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월초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백악관에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가 오바마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모든 인도인이 흥분했던 것과 달리, 독일계 미국인들은 메르켈 총리가 온 것조차 몰랐을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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