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로마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더 흥미로운 질문은 오랜 세월 동안 로마제국이 광대하게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따져보는 일입니다.
고대 로마제국은 현재의 이탈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지금의 스페인 지역, 동쪽으로는 시리아 지역까지 그 세력을 뻗친 유럽의 지배국이었습니다. 최소 500년 이상 맹위를 떨친 로마제국은 겉으로는 엄격한 신분 사회를 유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개방적인 사회이기도 했습니다. 점령국의 주민들을 대개 노예로만 취급하던 과거의 지배국과는 달리, 이들을 로마시민으로 받아들이긴 위한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니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로마제국이 오래도록 번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로마제국의 이러한 포용성에 있었습니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옹호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현재의 미국처럼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고 사회 내적으로 이들을 통합하는 것이 더욱 부강한 로마제국의 건설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로마제국의 영토 내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는 이민 정책을 펼쳤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로마 군대에서 복무하기만 하면 인종 혹은 출신과 관계없이 로마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기존의 로마 시민들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물론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문화적 우월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뛰어넘은 것은 바로 새로운 사물과 인재를 로마제국의 시스템 안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로마인들의 실용주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용주의는 내적 통합을 통해 로마인들이 팽창하는 영토를 효과적으로 통치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015년 현재 유럽에서는 이민과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몇몇 정치 단체들은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포용적인 이민 정책이 불러올 위험을 경고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사례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이 사실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로마제국의 번영은 인종과 영토를 넘어서서 외부 인재를 포용하고 등용하는 로마인들의 실용주의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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