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이 핵전쟁으로 끝날 가능성은 5% 정도 됩니다. 이는 이 게임의 개발자인 아난다 굽타의 인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이 보드게임의 이름은 “황혼의 투쟁(Twilight Struggle)”입니다. 보드게임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이트인 보드게임긱(Boardgamegeek.com)에서 현재 1위를 기록중입니다.
메릴랜드 출신의 38세 굽타는 이 게임의 공동개발자입니다. 낮에는 Firaxis 사에서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면서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2차 대전 이후의 세계를 종이로 시뮬레이션 하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카드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역사를 바꾸며 냉전에서 이기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핵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요.
오늘날은 진지한 게임의 전성시대입니다. 지난 5년간 시장은 매년 15% 성장했습니다. 2013년 시장의 크기는 약 8천억원 규모였습니다. 이 장르의 입문용 게임인 카탄의 정복자와 티켓 투 라이드가 아마존 보드게임 분야에서 각각 판매순위 세번째와 네번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단순히 주사위를 던지고 말을 옮기는 것 이상을 요구합니다. 깊은 전략이 필요하며, 단순히 상대방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즉, 모노폴리(역주: 부루마블)와는 다른 게임들입니다. 이는 보드게임긱의 순위로도 알 수 있습니다. 황혼의 투쟁은 1위이며 카탄의 정복자는 현재 138위이고 모노폴리는 10,441위입니다.
보드게임긱에는 74,000 종류 이상의 게임 정보가 있습니다. 회원들은 각 게임에 대해 1부터 10까지의 점수를 매깁니다. 한 개발자가 깃허브에 이 사이트의 데이터를 올렸습니다. 이 게임들 중 적어도 50명 이상이 점수를 매긴 게임인 7,553개의 게임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사실은 우리가 오늘날 보드게임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점점 더 좋은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가운데 2005년 출시된 황혼의 투쟁이 1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으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최고의 보드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굽타의 예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바로 집요함입니다.
황혼의 투쟁 아이디어는 2000년대 초반 조지워싱턴 대학의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굽타와 다른 공동개발자 제이슨 매튜가 만났습니다. 그들은 조지 워싱턴 대학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곳에 친구가 있었고, 그래서 종종 같이 게임을 즐겼습니다. 그들은 당시 유행하던 역사 게임이 너무나 복잡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했었습니다. 규칙을 설명하는 책자는 점점 더 두꺼워졌고, 세부규칙들은 까다로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게임의 첫번째 원칙으로 단순화(simplification)를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두꺼운 책자를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카드위의 글을 읽고 이를 통해 게임의 정보를 배우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황혼의 투쟁 카드중의 하나에는 이런 내용이 써있습니다. “트루먼 독트린: 유럽에서 하나의 자유국가를 택해 소련(USSR)의 모든 영향력을 제거한다.” 황혼의 투쟁 룰북은 겨우 24페이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원래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삼으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곧 스페인의 누군가가 이를 배경으로 이미 멋진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만든 것보다 더 잘할 자신이 없었죠.” 그들은 대신 냉전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대부분의 게임은 핵전쟁을 주요 아이템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가상적인 군사적 충돌 대신 지정학에 관한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버지니아 출신의 매튜는 미국역사 전문가였고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의 법률담당 보좌관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굽타 역시 역사광이었고 정치인의 싱크탱크 경험이 있었으며, 비디오 게임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기 전 전산학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냉전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찾았고, 도미노 이론, 군비 경쟁, 그리고 우주 경쟁이라는 세가지 요소를 찾아 냈습니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게임 회사에서는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습니다. “냉전이라고요? 누가 냉전에 관한 게임을 하려 하겠어요?”
그러니 게임회사 GMT가 관심을 보였고 Project 500(킥스타터 이전의 킥스타터)을 통해 이들은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GMT 는 이들이 충분한 자본금을 모은다면 게임을 출시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 돈이 모일 때까지 무려 18개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초판은 단 20분만에 매진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드게임긱에서 이 게임을 평가한 사람은 17,781명이며 평균 평점은 8.33 입니다.
굽타는 자신의 게임이 인기를 끈 비결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나는, 이 게임이 2인용 게임 – 미국대 소련 – 이라는 점입니다. 2인용 게임이 인기 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적어도 절반의 참가자는 승리합니다. 사람들은 이기는 것을 좋아하지요. 2인용 게임은 더 자주 플레이되고 더 높은 평점을 받습니다. 기다리는 시간 또한 짧습니다. 서너명이 하는 게임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지요. 아래 그래프는 최대 참가자의 수와 평균 평점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3인용 게임은 6.58, 2인용 게임은 6.55로 다른 게임보다 더 높은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또다른 요소는 바로 게임시간입니다. 황혼의 투쟁은 게임이 끝날 때 까지 3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게임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임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해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게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초반과 중반, 그리고 종반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치겠지요. 아래 그래프 역시 굽타의 이론이 어느 정도 맞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짧은 게임일수록 낮은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요소는 바로 운과 실력의 비율입니다. 황혼의 투쟁은 순수하게 실력을 견주는 게임입니다. 대회에 참가하는 전문가들이 있고, 이들은 게임을 만든 이들 조차도 상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진 운이 나빴죠. 첫 라운드에 지난 해 우승자를 만났는데, 나는 창피할 정도로 빨리 패했어요.”
물론 이 게임에도 운이 필요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사용자들은 카드를 임의로 받기 때문에 그 전 판과 같은 게임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운의 요소가 없다면 이렇게 인기있는 게임이 되지 않았겠지요. 아무리 게임을 여러번 하더라도 다시 카드를 받을때마다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자 이제 뭘 할까?’ “
이 게임의 성공은 사실 복잡한 통계적 모델을 통해 확률들이 미세조정되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보다 게임을 만든 이들의 직감에 기반하고 있지요.
“우리는 확률을 계산하기 보다 느낌을 따라 만들었죠. 그때 사용했던 편법들을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군요.”
“게임 개발자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죠. 느낌을 따라 큰 틀을 만들고 나서 나중에 엑셀을 이용해 빈칸을 채우는 스타일과 처음부터 엑셀을 펼치는 사람이 있죠.”
마지막 요소는 바로 균형입니다. 양쪽 모두 자신이 할만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황혼의 투쟁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들은 초반에는 소련이 유리하고 후반에는 미국이 유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은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경제가 사회주의 경제를 앞서게 되는 것을 흉내낸 것이죠.”
균형을 잡기 위해서도 그들은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굽타는 동아리의 다른 사람들과 계속 게임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중들을 이용해 게임 데이터를 만들어주는 CyberBoard 와 Vassal과 같은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굽타는 자신의 다음 게임인 “제국의 투쟁(Imperial Struggle)”에 이 사이트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파이브써티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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