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flavor)란 무엇일까요? 퓰리처 상을 받은 언론인 존 맥퀘이드는 이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해 50만년 전부터 시작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엮어 냈습니다. 그의 새 책 “맛있는(Tasty)”에서 그는 인간의 진화에 있어 미각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에는 과학뿐만이 아니라, 문화, 역사,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미래 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그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가진 인터뷰입니다.
Q: 미각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게는 이제 10대가 된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나는 걔네들이 왜 그렇게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른 지가 궁금해 졌지요. 아들은 극단적인 맛을 추구합니다. 아주 매운 칠리 고추에 레몬과 라임을 잔뜩 뿌립니다. 딸애는 그렇지 않아요. 으깬 감자나 파스타, 치즈, 밥과 같은 편안한 음식을 좋아합니다. 주로 흰 색을 띈 음식 말이죠. 둘다 아주 까다로워요. 동시에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 말고는 없어요. 부모의 입장에서, 이건 아주 곤란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이런 차이가 오는 지 궁금해졌죠. 유전자일까요? 사실 얘네들은 상당히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텐데 말이죠. 환경은 어떨까요? 얘네들은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랐어요. 물론 유전자와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겠죠. 그렇게 이 질문을 파고 들게 된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내 질문의 가장 근본적인 답은, 아이들은, 생물학적으로 말해, 아주 특이한 생물이라는 것이죠. 아이들이 가진 까다로움은 진화의 결과로 보여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독성이 있는 음식을 피할 수 있게 되죠. 때로 특이한 취향이 우연찮게 발전하고 한 동안 그 음식에만 빠져있다가 어느 사이에 몽땅 잊게 되죠. 모든 아이들이 뇌의 성장과 더불어 이런 변화를 겪습니다. 그 결과 모든 개인의 입맛은 지문과 같이 개인의 특성이 되죠. 부분적으로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경험을 통해 더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음식을 접하게 되면서 계속 변하게 되죠.
Q: 최초의 미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A: 풍미(flavor)의 가장 큰 두 요소는 맛(taste)과 향(smell)이겠죠. 이 두 요소의 시작을 따지자면 수십 억년 전 초기의 다세포생물이 바닷물 속의 화학물질을 피하거나 흡수하기 위해 이들을 감지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야겠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선택은 단백질 수용체를 정교하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들 수용체는 세포벽에 존재하게 되고 특정한 화학물질에 대해 반응하게 되었죠. (빛, 진동 등의 다른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들도 만들어졌죠.)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입과 뇌, 장기를 가진 다세포 생물로 발전하면서 이 맛과 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존과 자연선택의 중추적인 요소가 되었죠. 동물들은 먹이가 근처에 있는지를 냄새를 통해 파악했고 먹이를 먹을 때 맛을 통해 쾌감을 느끼게 되었죠. 그 감각이 섬세할수록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더 큰 뇌가 필요해졌죠. 즉 정교한 뇌와 행동이 진화하게 된 데에는 맛과 향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의 뇌에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지요. 맛과 향은 우리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Q: 책에는 미각과 초기 인간의 관계도 다루어져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어떤 흥미로운 점이 있나요?
A: 미각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뿐 아니라 문명이 시작된 데에도 영향을 주었죠. 큰 뇌, 작은 소화기관, 직립보행 등의 인간의 특징이 어떻게 진화과정에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식에서 잡식으로의 변화와 요리를 시작하게된 식생활에서의 혁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여기에는 도구의 발명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동물을 잡고, 자르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도구는 필수적이었습니다. 도구가 발달할수록 식생활도 발달했지요. 불의 사용은 음식을 더 맛있게, 더 소화시키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몸에 좋은 음식, 유용한 도구, 신체와 뇌의 변화가 모두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습니다.
인간의 얼굴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지요. 턱이 줄어들고 얼굴이 평평해지면서 입에서 코로 연결되는 부분의 거리가 짧아졌습니다. 이는 음식에서 향을 느끼는 능력을 크게 향상 시켰지요. 즉, 비록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향은 미각 전체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풍미는 기억, 생각, 감정과도 연결이 됩니다.
Q: 아드님의 극단적 취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장 극단적인 맛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나는 몇 년전 아들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매운 고추를 기르는 것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남캘리포니아의 고추농사꾼 에드 커리를 만나러 갔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서로 경쟁적으로 더 매운 고추를 기르려는 하위문화가 있어요. 그 고추는 스모킹 에드’s 카롤리나 리퍼(Smokin’ Ed’s Carolina Reaper)라고 불립니다. 지난 5년간 그 기록은 몇 번 경신되었고, 이제 가장 매운 고추는 예전보다 거의 두배 이상 맵습니다. 하나의 현상이죠. 왜 사람들이 일종의 고통인 매운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좋은 생물학적 설명은 없습니다. 어쩌면 위험을 추구하거나 소위 “점잖은 마초주의”같이 심리학으로 설명이 가능할 지 모르죠. 과연 우리가 기꺼이 견딜 수 있는 매운 맛에 한계가 있을까요?
우리는 매우 잘게 쪼개진 그 고추를 맛보았어요. 다른 매운 고추들도 시도해 보았죠. 15초엣 20초 동안 점점 더 매운 느낌이 나더니 혀와 입안 전체가 견딜 수 없게 되더군요. 그리고 몸 전체로 이를 느끼게 되었죠. 매운 맛을 만드는 캡사이신은 열 수용체와 결합해 신체의 온도조절장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다행히 캡사이신은 2-3분 뒤에는 이 자극이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그 고추를 더 먹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에드는 고추 하나를 땀도 흘리지 않고 먹더군요. 매운 맛에 대해 내성을 기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번은 아이슬란드에서 하칼(Hakarl)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린란드의 상어를 발효시킨 음식이죠. 아이슬란드에서는 온 국민이 먹는 음식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위가 상하는 음식으로도 꼽히죠. 바이킹들은 원래 상어 고기를 모랫속에 몇 달 동안 묻어두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나무상자에 넣고 위를 무거운 물체로 눌러놓지요. 그렇게 해서 원래 있던 독성을 몰아냅니다. 적당한 소금과 함께 두 세달이 지나면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썩은 물고기가 되지요. 우리는 조그만 한 조각을 먹어 보았고 암모니아 향 때문에 코를 움켜쥐었죠. 딸아이는 바로 뱉었구요.
여러 문화에서 이런 음식이 발견됩니다. 이는 환경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 뇌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수렵 채집을 하던 인간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생존할 수 있게 되었죠. 때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어떤 새로운 음식이든 먹어야 하니까요.
Q: 미각이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나요?
A: 미각은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미각은 뇌에서 동기를 만들어내는 가장 오래된 부위입니다. 아이스크림 한 입이, 스카치 위스키 한 모금이 넛지, 곧 작은 동기가 되는 이유입니다. 쾌락과 풍미는 분리할 수 없어요. 물론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요. 음식을 통한 즐거움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오늘날의 음식들, 특히 패스트 푸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메뉴는 우리 뇌의 쾌락회로를 자극하도록 꾸며져 있지요. 주로 사악한 음식의 3요소인 설탕, 소금, 지방이 여기에 관여하죠. 그리고 강력한 향신료로 서로를 구별합니다.
어떤 시스템이건 남용하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종의 중독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죠. 계속 강한 자극을 받다보면 더 이상 예전과 같으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많이 먹게 되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죠. 이는 우리의 식생활, 식습관, 자아, 그리고 모든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Q: 미각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A: 나도 그것을 알고 싶군요. 사실 지난 100년 동안과 비교할 때 오늘날의 변화는 너무 크고 빠르죠.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하나는 우리가 어떤 위험한 분기점에 와 있다는 것이죠. 식료품 회사들은 이제 유전학자와 뇌과학자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음식과 맛을 만드는 기술이 우리 뇌와 신체에 대한 이해보다 너무 앞서가고 있어요. 인류 전체가 일종의 거대한 실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이 즐거운 시대입니다. 발효음식의 경우를 봅시다. 지난 수천년간 사람들은 술, 치즈, 피클, 사워크라우트, 두부, 김치 그리고 다른 발효음식과 술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먹어왔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스트, 곰팡이, 박테리아들이 어떻게 발효를 통해 이런 향을 만드는지를 알지 못했어요. 수많은 분자들이 미세한 향을 만들고 미생물의 신진대사가 이들을 피어나게 합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 과정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는 미각의 모험을 막 시작한 것이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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