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원할 가치가 있는 자유의지: 데니얼 데닛과의 인터뷰(1)

(역자주: 아래는 지난 1월 발간된 “다시 철학 한입(Philosophy Bites Again)”에 수록된 데니얼 데닛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한 SALON 의 기사입니다. 참고로 “철학 한입(Philosophy Bites)”은 데이비드 에드먼즈와 나이절 워버튼이 진행하는 영국의 인기 팟캐스트로 동명의 책과 후속작 “철학 한입 더(Philosophy Bites Back)”는 국내에 출간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에드몬즈: 내 자유를 시험할 한 가지 방법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겠죠. 이 “철학 한입” 인터뷰에서라면, 전형적인 소개말을 하지 않거나 갑자기 문장을 끊고 시작하는 그런 따위의 행동 말이죠.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은 적어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는 또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죠. 설사 세상이 인과법칙에 의해 모두 결정되어 있다 해도 말이죠. 그리고 그는…

나이젤 워버튼(이하 NW): 오늘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의지”입니다. 이것은 자유의지에 대한 주제 중에는 다소 특이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은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가이지 우리가 이를 원하는가, 또는 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아니기 때문이죠. 데닛, 당신은 어떻게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나요?

데니얼 데닛(이하 DD): 나는 철학자들이 자유의지 논쟁에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여러 주제들이 사실 별로 관계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유의지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사람들은 어떤 무조건적인 반사반응을 보이죠. 나는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철학자들은 이를 그저 기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바꾸어 버렸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문제로 말이에요. 우리는 수많은 종류의 자유의지를 정의할 수 있어요. 정의에 따라 어떤 정의는 인간은 그런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주게 되겠죠. 어떤 정의는 결정론과 모순될 테구요.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자유의지가 없다고 해서 후회할 것인가, 또는 후회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답은 그렇다는 겁니다. 자유의지에 다양한 뜻이 있다구요? 물론이죠. 철학자들은 자신들에게 편리한 쉬운 정의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NW: 이 문제에 있어 전통적인 주장은 이렇습니다. “만약 우리의 모든 행동이 연속된 인과적 선행사건의 결과라면,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에서 뭐가 문제일까요?

DD: 그 말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자유의지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어요.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에요.

철학자들은 인과론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원자 수준의 설명이 주어지면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죠. 그러나 인과론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NW: 그런가요? 결국 당구대 위의 공 같은 문제 아닐까요? 공 하나가 다른 공을 때리면 그 공이 또 다른 공을 때리게 되죠. 어떤 공도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잖아요. 이들의 경로는 물리적으로 결정되어 있구요.

DD: 그런 식의 해석으로는 더 상위 수준의, 충분히 현실적이고 중요한 인과관계들을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지금 지구상의 모든 기린과 지금까지 살았던 기린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들의 과거 움직임을 안다 하더라도 왜 기린의 목이 길어졌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 질문에는 분명히 인과적인 답이 있어요. 하지만 너무 작은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 그런 인과는 사라져 버리죠. 왜 기린이 목이 길어졌는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층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자유의지에 중요한 인과론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NW: 기린 이야기라면, 이솝 우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죠?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가 뭔가요?

DD: 기린의 경우 약간 더 목이 긴 개체들이 목이 짧은 개체들보다 생존에 더 적합했습니다. 이것이 설명이지요. 그럼 왜 그들이 더 생존에 적합했냐구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마 목이 긴 개체가 더 높이 달린 나뭇잎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는 다리가 길수록 사자의 공격을 막기에 유리했는데, 다리가 길어지니 물을 먹기 위해 목이 길어졌을 수도 있지요.

NW: 그건 기린에 대한 진화적 가설이군요. 이 이야기가 자유의지와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DD: 당신이 누군가에게 총을 쐈다고 해보죠.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나는 당신 뇌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찾기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이유를 찾을 겁니다. 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지향적 태도(intentional stance)’라는 개념을 고려하겠죠. 아주 간단한 비유가 있어요. 계산기에 어떤 숫자를 눌러서 3.333333E 라는 답을 얻었다고 해보죠. 당신이 10을 3으로 나누면 그런 답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3이 무한히 이어지는 것이죠. 계산기는 그 대신 E 라는 글자를 표시합니다.

당신이 언제 E 라는 글자가 나오는지 알기 위해 계산기를 뜯어 모든 트랜지스터를 확인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산수를 알면 됩니다. 그럼 당신은 어떤 경우에 당신이 E 라는 글자를 얻는지 알게 되는거에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자공학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죠. 다른 층위의 질문이라는 뜻입니다. 컴퓨터와 하는 체스도 마찬가지에요. 왜 컴퓨터는 비숍을 움직였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여왕이 잡히기 때문이죠. 이 답이 그 질문에 적당한 층위의 답입니다.

NW: 우리는 의도라는 개념과 도덕적, 법적 책임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어떤 재판에서는 그 사람의 뇌가 어떤 상태였는지도 중요하죠. 뇌의 손상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었죠.

DD: 그 이야기를 꺼내줘서 기쁘군요. 그 문제는 이 분야에서 한 세대 이상 존재해 온 심각한 착각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모든 범죄에 대해 생리학적 원인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누구도 가둘 수 없게 될거야.’ 그런데 우리는 이미 장애나 병에 대해서는 생리학적 원인을 찾고 있지 않나요? 생리학적 원인이 있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페르마 정리를 증명한 앤드류 와일즈를 보죠. 우리가 그 사람의 뇌를 분석해서 그 사람이 어떻게 페르마 정리를 증명했는지를 완벽하게 생리학적으로 알아낸다고 해서 그가 그 정리에 책임을 진다는 사실이 바뀌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심리적 현상에 대해 생리학적 원인만으로 설명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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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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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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