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어느 밤, 나는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쓸 첫번째 문장과 그 다음 문장들을 다양하게 조합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들이 글 전체와 어떻게 관계될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쓰여진 글들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내 머릿속의 뉴런들은 바쁘게 신호를 전달하고 있었을 겁니다. 사실 그 뉴런들의 활동은 곧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문장들을 쓰고 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내가 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설명해줍니다.
점점 더 많은 뇌과학자와 심리학자, 그리고 인기 지식인들이 자유의지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잘 알려진 뇌과학 실험결과는 내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기 전에 이미 무의식이 그 단어를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는 선택이 실은 무의식의 단계에서 이미 결정한 것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선택이 실은 “뇌에 의해 먼저 결정되는” 것이며, 그 결과 자유의지는 환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뇌가 이미 내가 하려는 일을 결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실험은 80년대에 이루어진 벤자민 리베의 실험입니다. 그는 머리에 전극을 꼽은 실험 참가자에게 손목을 움직이고 싶을 때 손목을 움직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참가자가 실제 손목을 움직이기 약 0.5초 전에 준비전위(readiness potential)이라고 불리는 신호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가 자신의 손목을 움직이겠다고 결정한 것은 약 0.25초 전이며, 이는 곧 그들의 뇌가 참가자보다 먼저 이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바로 무의식의 뇌가 우리 의식을 조종한다는 뚯입니다.
보다 최근에 이루어진 fMRI를 이용한 실험들은 이 무의식의 결정이 더 빨리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2013년 존 딜란 헤인즈는 fMRI 장치 내의 실험 참가자에게 주어진 두 숫자를 더하거나 빼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들은 참가자가 결정을 내리기 무려 4초 전, 뇌 영상 자료를 이용해 참가자가 숫자를 더할 것인지 뺄 것인지를 미리 알았습니다.
이 두 실험은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헤인즈는 뉴 사이언티스트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결정은 우리의 의식보다 한 참 먼저 무의식 속에서 이미 정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인간보다 뇌가 먼저 결정을 내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이들도 그와 의견을 같이 합니다. 진화생물학자 제리 코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의 선택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어떤 선택도 자유 또는 의지의 결과가 아니다. 선택의 자유는 없으며, 따라서 자유의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는 우리를 “생화학적 꼭둑각시”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의식적 선택을 뇌 영상을 통해 몇 초 먼저 알 수 있다는 말은 곧 의식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생각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정말 이 연구들이 우리의 의식과 미래를 계획하는 활동들이 그저 무의식적 뇌 활동의 부산물에 불과하며 우리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임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철학자 알프레드 R. 멜이나 내가 이런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주장이 현실을 오도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매우 다양한 근거가 있습니다.
나는 과학이 곧 자유의지가 환상임을 보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의지환상주의자(willusionist)”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주장에 주의해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오늘날의 뇌과학은 앞날을 예측하게 해주는 뇌세포들의 활동이 정확히 어떤 미래인지를, 곧 몇 분 뒤인지, 혹은 몇 시간이나 몇일 뒤의 미래인지를 예측할 정도의 기술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또한 어떤 뇌 활동이 의식의 것이며 어떤 활동이 무의식의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리베의 실험을 봅시다. 이들은 실험전에 이미 임의의 행동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실험이 시작되었을 때 이들은 자신의 손목을 그들이 원할 때 구부렸습니다. 이는 임의의 행동을 하도록 만든 의지가 먼저 있었음을 의미하며 곧 의지와 무의식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헤인즈의 연구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덧셈과 뺄셈을 임의로 골랐지만 이 실험으로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선택의 4초 전에 관찰된 뇌의 활동은 어쩌면 그저 무의식적 편향을 알려주는 신호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자들이 참가자의 뇌활동에 바탕해 예측했던 선택의 정확성은 무작위 예측보다 겨우 10% 더 나은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4초뒤의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그보다 더 짧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사고를 피할 수 없겠죠. 어쩌면 뇌에서 관찰되는 무의식의 활동은 우리가 그 특정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의식이 이를 받아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단지 준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의지환상주의자들은 또한 심리학 실험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의지가 우리의 행동을 제어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환경의 미묘한 차이나 감정, 또는 인지적 편향의 영향을 종종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이런 조건들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이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나 역시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자유의지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자유의지를 가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리벳과 헤인즈의 연구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때 그 선택을 언제 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을 하며 때로는 매우 복잡한 행동들도 학습에 의해 쉽게 이루어집니다. 열쇠로 문을 여는 과정이나 유격수가 땅볼을 잡는 움직임,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월광을 칠 때를 봅시다. 열쇠를 돌리는 행동이나 공을 향해 돌진하는 행동,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누르는 행동은 고유의 정신적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훈련에 의한 정신의 상태와 잠이 오지 않는 밤, 수많은 대안을 의식적으로 고려할 때의 뇌 활동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이런 의식적이고 목적있는 사고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특정한 환경에서 구체적인 작업을 수행하려는 의도를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s)”라 부르며, 이 실행의도는 실제로 그 행동을 마칠 확률을 높이게 됩니다. 뉴욕대의 심리학자 피터 골위처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가 음식의 유혹이 떠오를 때마다 이를 무시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저 체중을 줄이겠다고 결심한 이들보다 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의식적 사고를 통해 논리적, 언어적 과제의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과 충동적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또한 콜롬비아 대학의 월터 미쉘은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개인의 의지가 자기-제어의 핵심임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어떤 행동을 의식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실행합니다. 물론 이런 계획을 하는 뇌활동이 실제 우리의 행동과 전혀 무관하거나 또는 그저 우리가 한 행동에 이야기를 부여하기 위한 환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정은 진화적으로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뇌는 무게로는 인체의 2%를 차지하지만 20%나 되는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는 뇌활동을 통해 복잡한 사고를 하고 이를 통해 행동하는 것이 진화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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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논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데요. 마치, 뇌와 인간을 분리시켜놓은 듯한 느낌이 드네요. 뇌의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파악이 가능한건가요? 뇌가 먼저 결정했다는 말에서, 그 결정이 인간의 의지와 왜 분리되는지 모르겠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뇌가 결정하는게 내가 결정하는게 아니라는 뜻인가?
내 뇌는 나하고 다른 존재인가?
대뜸 그 생각부터 들더군요
의식이라는 것이 일종의 현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인데, 철학적으로 의식이 그렇게 정의되면...
강한 자유의지주의자들의 경우엔 일종의 두루뭉술한 이원론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물질주의자니 유물론자니 하면서 공격하지만) 공격의 방향도 그런 식으로 나가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
애초에 자유의지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는 이런 기사는 가타부타가 불가능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