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인간만의 특징 중에는 자기인식(self-awarness)과 언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물론 우리는 종종 정말 모든 인간이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되는 사건들을 경험합니다).
한편, 나는 공감능력이 인간에게 국한된 것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심을 검증하기는 어렵겠죠. 그것은 우선 공감을 과학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물학자 프란츠 드 발은 공감을 “다른 이의 감정상태를 공유하고 영향을 받으며, 다른 이의 상태를 추측하고 파악하여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를 따른다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실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돼지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돼지가 ‘지적’인 동물이며 (그 단어의 뜻이 뭐 건 간에 말이지요) 스트레스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사회적 동물입니다. 이는 만약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돼지야말로 적절한 후보라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바게닝겐 대학 연구진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최근, 돼지가 정말 다른 돼지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지를 알아보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돼지들은 실제 농장에서도 좁은 공간에서 다른 돼지들과 같이 지내기 때문에 이 연구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돼지를 6마리씩 16팀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각 그룹에서 두 마리 돼지를 뽑아, 한 마리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뭔가 나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훈련은 어떤 음악을 들려준 뒤 곧이어 먹을 것을 주거나(좋은 일), 격리시키고 손을 대는(나쁜 일) 방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특정 음악이 어떤 돼지에게는 좋은 소식이 되었고 다른 돼지에게는 나쁜 소식이 된 것입니다.
훈련된 돼지는 음악에 의해 각각 꼬리를 흔들고 꿀꿀거리는 행복한 반응을 보이거나 귀를 뒤로 눕히고 대소변을 보는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연구원은 각 그룹의 남은 4마리의 돼지를 두마리씩 나누어 엎서의 훈련시킨 돼지와 함께 있게 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통해 훈련받지 않은 돼지들도 음악이 들려올 때 훈련받은 돼지를 보고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를, 곧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감정의 전이는 공감능력의 매우 중요한 특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는 돼지들이 실제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훈련받지 않은 돼지들도 음악이 들려오면 함께 있는 훈련된 돼지의 반응을 따라했습니다. 특히 이 감정의 전이는 ‘행복’보다 ‘스트레스’일 때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즉 돼지도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지요.
사실 이 실험은 실험 자체로 다소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고의적으로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또 이를 전이시켜 다른 돼지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돼지들에게 행하는 것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그리고 이런 실험을 통해 돼지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실험에 동원된 돼지들도 기뻐할겁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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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이 이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