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제세계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 성취를 높이는 간단한 ‘넛지’의 힘

미국 사회에는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가난한 부모 아래서 태어난 아이가 대학 졸업장을 취득할 확률은 9%에 불과하지만, 고소득층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 그 확률이 54%로 크게 증가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요?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자 하는 야심찬 정책이나 논쟁은 쉽게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합니다. 이러한 논쟁은 쉽게 과열되고 종종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하죠. 하지만 그 사이에 연구자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취도를 향샹시킬 수 있는 작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조용히 연구해 왔습니다. 연구자들은 저소득층 학생과 가족이 교육 성취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넛지(Nudge: 어떤 행동을 하도록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행동 경제학 분야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나 설계를 일컫는 말)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비용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에 학교나 비영리단체가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대학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해 봅시다. 대학 졸업장을 받는 순간까지 저소득층 학생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인 여름부터 위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대학에 합격한 저소득층 학생 중 20%가 끝내 입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정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해 생기는 어려움도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버지니아 대학과 피츠버그 대학의 교수인 벤자민 캐슬맨(Benjamin Castleman)과 린지 페이지(Linsay Page)는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공부할 당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 마감일에 대해서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문자 메시지에는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찾아볼 수 있는 링크와 실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보가 있는 링크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 문자 메시지를 받은 학생의 70%가 대학에 등록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받지 않은 학생의 경우는 63%만이 대학에 등록했습니다.) 7% 차이는 수백만 원의 장학금이 가져오는 효과와 비슷한 규모의 엄청난 효과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문자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시스템에 드는 비용은 학생 한 명당 겨우 7달러에 불과합니다. 두 교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마치는 데 어떤 효과를 내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이 문제는 무척 중요한데 왜냐면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마치는 비율이 심각하게 낮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등록한 학생 중 2/3가 대학 학위를 받지 못하고 대학을 떠납니다. 캐슬맨과 페이지 교수는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에게 재등록 시기가 언제인지,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며 특히 재정 지원을 받으려면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메시지를 받은 1학년 생 중 68%가 2학년 과정을 마친 반면, 문자 메시지를 받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는 54%만 2학년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든 비용도 학생 한 명당 5달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넛지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앞서 소개한 실험들이 모두 무작위 통제 실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교육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무작위 통제 실험은 교육 분야에서 최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넛지가 더 어린 학생들의 교육 성취도를 올리는 데도 효과적일까요? 스탠포드 대학의 수잔나 로엡(Susanna Loeb)과 벤자민 요크(Benjamin York) 교수는 유치원생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그런 뒤 샌프란시코 지역의 부모들에게 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문자를 받은 부모들은 자녀들과 문자 메시지에서 알려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이 자녀들 역시 알파벳이나 문자를 더 잘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한 가구당 적은 비용이 든 정책이었습니다.

시카고 대학과 토론토 대학의 연구진들 역시 어린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가족에게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경우 읽기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그 결과 문자 메시지를 받은 부모들은 자녀들과 책을 읽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또 자녀가 학교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부모들에게 더 자주, 많이 알리는 것이 차이를 가져오는지 실험하고 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의 피터 버그만(Peter Bergman) 교수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학교와 협력해서 부모들에게 아이가 숙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숙제가 있는 책의 페이지와 자녀가 끝내야 하는 문제의 번호를 정확하게 문자 메시지로 보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아이들이 숙제를 제출하는 비율이 25%나 올라갔고, 성적과 시험 점수 역시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간단한 넛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학교나 지방 정부 혹은 주 정부에서 이런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정치적으로 그다지 인기를 끌기 어렵기 때문이라서 그럴 것입니다. 넛지 방법론은 노동 집약적이거나 자본집약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거나 회사들을 끌어모으지는 않습니다. 또 이런 소소한 넛지 방법론은 정치인들이 대중 연설을 할 때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 대단한 업적도 아닙니다. (NYT)

원문보기

arendt

Recent Posts

[뉴페@스프] 공격의 고삐 쥔 트럼프, TV 토론으로 승리 방정식 재현할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3 일 ago

“‘기생충’처럼 무시당한 이들의 분노” vs “트럼프 지지자들, 책임 돌리지 말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가 "진보 진영의 잘난 척"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수 있다는…

4 일 ago

[뉴페@스프] “‘진짜 노동자’의 절망,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 대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5 일 ago

이번 대선은 50:50? “트럼프도, 해리스도 아닌 뜻밖의 변수는…”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1 주 ago

[뉴페@스프] 이야기꽃 피우다 뜨끔했던 친구의 말… “조금씩 내 삶이 달라졌다”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뉴페@스프] 스벅 주문법이 3천8백억 개? 창업자 호소까지 불러온 뜻밖의 악순환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