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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측정 앱은 어떻게 여성을 배제하는가

2014년 9월 9일 애플 키노트에서는 새로운 애플 신제품이 발표되었습니다. 신형 아이폰과 애플 페이를 발표한 후 모두의 관심이 주목되어있던 애플 워치를 발표하면서 CEO 팀 쿡은 애플 헬스가 어떻게 애플 워치에서 어떻게 구현 되는지 보여주었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발표하는 6월 행사에서 이미 부사장 크렉 페데리기가 “내 몸에 대한 모든 궁금한 지표를 측정하고 모니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고 공언한 바 있었죠. 아이헬스는 기대했던 대로 강력한 앱이었습니다. 섭취한 칼로리부터 심장 박동수, 혈중 알코올 지수, 일일 크롬 섭취량까지 추적 모니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생리 주기 측정이 빠져있었죠. 테크 미디어 버지는 “애플이 여성의 건강을 일일 소금 섭취량만큼 중요하게 취급해야한다는 게 지나친 요구였을까요?” 라고 비판했습니다.

여성은 몇천 년간 생리 주기를 기록해왔습니다. 공식적인 첫 기록은 3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 아우구스틴이 생리 주기에 맞추어 성생활을 조정하는 데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이죠. 그 기록 이전에도 여성은 꾸준히 주기를 기록해왔습니다. 종이에, 그리고 온라인 달력과 엑셀에 꾸준히 생리 주기를 추적했고, 앱스토어에도 수백 개 생리 측정앱이 있습니다. 달력에 간단히 날짜만 표기하면 되는 앱을 애플은 왜 빠뜨린 걸까요?

테크 업계의 의사결정이 남성 개발자/고객만을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테크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일단 휴대폰부터가 여성 손에 쥐기에 너무 크죠. 인공 심장은 남성의 80%, 여성의 20%에게 맞는 사이즈가 표준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인터넷 서식에서 남성(male)과 여성(female) 중에 선택할 때에도 알파벳 순서상으로 여성(female)이 먼저인데도 남성(male)부터 보여줍니다. 다른 모든 메뉴는 알파벳 순서죠.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한 아멜리아 그린홀은 QS (Quantified Self meet-up: 내 몸 지표 측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합니다. “모임에 갈 때마다 여성들이 제게 다가와 말했어요. 괜찮은 생리 주기 앱이 없으니 같이 만들어보지 않겠냐구요.” “다른 남자들은 별거 아닌 아이디어를 대단하다는 듯 이야기하는데 이 여성들은 누가 관심을 가질까 주저했죠.” 그래서 아멜리아는 소그룹인 여성들을 위한 내 몸 지표 측정 모임, QSXX를 시작했습니다. 이 모임은 곧 보스턴과 뉴욕에도 나타났죠. “여성들이 측정해야 할 지표는 아주 많고 남성들과 다를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돌아가죠.” 하버드대학 연구자이자 QS 회원인 휘트니 에린 보셀은 테크 업계가 여성들의 관심사를 모른다고 지적합니다. 일일칼로리부터 생리 주기까지 몸의 지표를 측정하는 데는 남성보다 여성의 관심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앱 산업은 남성들의 관심사로 편향되어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앱조차도 남성들이 디자인하죠. 애플 헬스에 생리 주기 측정이 누락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남녀간 불균형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섹스 관련 앱입니다. 이론적으로 세상에서는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이 섹스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섹스 생활을 돕는 앱은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질 낮은 포르노를 연상케 하죠. 삽입 횟수나 지속시간, 파트너의 신음 소리를 측정해 얼마나 성공적인 섹스였는지 판단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식이죠. “섹스 측정(Quantified Sex)” 앱에 악의가 있는 건 아닙니다. 휴대폰이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움직임과 소리이기 때문에 다른 지표가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남성인 디자이너들이 바라보는 섹스에 대한 관점이 반영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남성들이 디자인한 생리 주기 앱도 백인 이성애자 남성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먼저 파트너를 초대해 생리 주기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Glow의 남성이 파트너 여성의 주기를 확인할 때마다 꽃배달 앱 등 데이팅 팁을 보여줍니다. 대부분 앱 디자인은 분홍색에 꽃으로 도배되어있습니다.

이 분야 수요만은 확실합니다. Clue나 Glow가 큰 히트를 치기전에 헤더 리버스는 엑셀로 생리 주기를 기록해왔습니다. 마땅한 방법이 없자 직접 앱을 만들기로 결정한 헤더는 생리 시작과 종료일을 기록하고 새로 생리가 시작될 즈음 이메일을 보내주는 웹싸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본인이 쓰려고 만든 페이지에 수십만 명이 모여들었죠. 헤더 리버스씨는 남성이 만든 앱은 구분이 쉽다고 농담합니다. 여자친구 기분이 어떤지가 제일 관심사기 때문에 기분 측정에 중점을 두고, 비디오 게임 같죠.

물론 여성이 개발한 앱도 있습니다. 여성 개발자 이다 틴은 Clue 앱을 개발한 이유가 스스로 피임 방법을 찾던 와중이었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꽃이나 분홍색으로 치장할 이유가 없었고,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했죠.” 개발하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Paypal 창업자이자 Yelp 이사인 맥스 레브친이 개발한 Glow는 Clue 출시 한 달 만에 바로 시장에 나왔죠. 성공적인 남성이 이 분야 가능성을 감지했다는 것이 이다 틴에게도 도움이 되었을까요?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굉장히 경험이 많고 저명한 투자자들이 ‘나는 여성이 아니라서 이 앱을 평가하기가 난감하다’ 는 반응을 보이곤 했어요. 본인이 이해하고 써볼 수 없는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다고요. “기분 나쁜 대우를 받은 적은 없어요. 그러나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여성 창업가는 투자를 따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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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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