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끔찍한 파리 테러 사건이 알려졌을 때 저는 이슬람교에도 16세기 유럽 교회의 종교 개혁과 같은 개혁이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칼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현대 이슬람 국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슬람교의 마틴 루터”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등장하곤 하는 만큼 흥미로운 주제죠. <포린 폴리시>지의 최근 호도 이 주제를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교는 그 자체로 폭력적이고 관용이 없으며 언론의 자유라는 자유주의적 사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종교라고 주장하게 될 것이기에, 이 주제는 더욱 시급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주장이 널리 퍼지면, 무슬림들은 무슬림대로 더 이상 자신의 종교를 남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될 것이고, 상황은 악화될 테니까요.
<포린 폴리시>의 기사는 “이슬람교의 마틴 루터론”이 갖는 문제점을 잘 분석했습니다. 그와 같은 논의가 그 자체로 앵글로-프로테스탄트 중심의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슬람교가 마틴 루터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점은 현대의 세속주의적 기준에 따라 가장 앞선 형태를 개신교로 보고, 가톨릭교는 그다음, 이슬람교가 가장 뒤처진 형태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죠. 해당 기사는 진실과 변화하는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는 방식은 종교마다 다를 수 있다면서, 모든 종교가 하나의 일직선 길 위에서 속도만 달리한 채 놓여있다는 식의 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틴 루터는 권력을 가진 성직자들이 부패한 목표를 가지고 교리를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교육받은 가톨릭 사제였고, 성경과 역사에 능통한 인물이었죠. 종교적 권위를 완전히 거부했다면 그렇게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마틴 루터식의 개혁이 이슬람교에서도 가능할까요? 우선 루터가 지적한 문제 자체가 이슬람교에서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의 사제처럼 신과 인간 사이의 존재로, 특정 의식을 독점하는 집단이 이슬람교에는 없으니까요. 또한 많은 무슬림들이 이야기하는 “개혁”은 이슬람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이러한 움직임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 불문, 이런 “개혁”이 반드시 중용이나 온건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올리버 크롬웰이나 파키스탄 탈레반을 떠올려보면, 가장 기본으로 돌아간 미니멀한 모습의 종교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비관용적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슬람교 밖에서는 개혁을 하건, 혁명을 하건, 미니멀한 이슬람교건, 복잡한 이슬람교건 간에 그저 테러와 참수, 권력 추구를 지양하는 종교면 된다는 말이 나올 겁니다. 이런 목소리는 이미 이슬람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폭력적인 목소리에 비해 미디어의 주목을 덜 받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일례로 이슬람 국가에서도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미국 출신의 학자 함자 유수프(Hamza Yusuf)는 이슬람국가(IS)의 목적과 방법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몇 주 사이, 유튜브에 게시된 유수프의 설교 동영상은 3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죠. 루터가 기독교의 심장부에 몸담았던 사제였던 것처럼, 유수프의 목소리 역시 이슬람의 전통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슬람교가 외부의 비판에 자극을 받아 변화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외부의 압력에 대해 이미 강한 면역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이슬람교의 변화는 미래 세대가 종교의 근간을 이루는 원전과 전통을 다시 읽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찾아올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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