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MC가 내놓은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Walking Dead)는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 “시체들의 날(Day of the Dead)”,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28일 후(28 Days Later)”,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등 수많은 좀비영화들을 좋아하며, 여기에는 이제 고전이 된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작품도 포함됩니다. 게다가 지난 해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는 “좀비는 언데드 양의 꿈을 꾸는가?(Do Zombies Dream of Undead Sheep?)”라는 좀비의 뇌, 곧 살아있지만 사람을 시체와 같이 만드는 질병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좀비에 끌리는 것일까요?
좀비 이야기는 우선 공포물에 속합니다. 인간의 조상들은 위험한 포식자들을 피해야 했습니다. 괴물은 우리에게 투쟁-혹은-도피(fight-or-flee)반응을 일으키며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코르티졸과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위험에 대처하게 합니다. 한편, 새로운 환경은 위험과 동시에 식량과 새로운 짝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에게 이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려는 욕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즉, 위험은 공포와 흥분을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한편 철학자 스티븐 T. 아스마는 2009년 자신의 책 “괴물에 대하여(On Monster)”에서 인간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곧 경계에 있는 대상에게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과 좀비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있습니다. 자웅동체(Hermaphrodites)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으며, 그리핀, 미노타우루스, 바실리스크 등 상상의 동물들은 종들의 경계를 가로지릅니다. 인간은 대상을 분류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류되지 않는 대상은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공포와 매혹의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우리가 슬라임, 끈적이는 액체, 콧물, 피, 배설물, 썩은 동물 등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진화적으로 가지게 된,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이방인에 대한 공포인 외국인혐오증(xenophobia)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종족에 속한 이들을 인지적으로 다르게 분류하며, 이들을 잡종(mongrels), 벌레(pests), 해충(vermin), 쥐(rats), 이(lice), 구더기(maggots), 바퀴벌레(cockroaches), 기생충(parasites) 등과 같이 쉽게 죽일 수 있는 대상으로 이름 붙입니다. 이런 식의 이름 붙이기는 두 집단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섞이고 경쟁하게 될때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백인 동네에 이사 온 흑인들에게, 비유대인들의 사업분야에 유대인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르완다의 지배적인 민족인 투치족을 증오하는 후투족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은 조지 W. 부쉬가 가정한 것처럼 미국인의 자유를 증오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스마가 지적했듯이, 그들은 미국인을 “신을 믿지 않는, 소비지상주의 좀비인, 명예와 가족, 삶의 목적을 모르는 영혼없는 쾌락주의자” 로 상상을 통해 괴물로 만든 것입니다.
인간의 뇌 속에는 위험한 이방인을 분류해 놓는 “괴물들”이라고 이름붙은 영역이 있습니다. 다행히 인간은 그런 광신적 내집단주의를 자제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도덕의 영역은, 비록 그것이 늘 현실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평등이라는 가치 아래 모든 인종과 민족을 포함하는 크기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본능을 이성으로 눌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유대인에게는 눈이 없나? 유대인은 손, 장기, 몸집, 감각, 애정, 열정이 없나? 기독교인과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무기에 다치고, 같은 질병에 걸리고, 같은 방법으로 낫고, 겨울과 여름에 똑같이 추위와 더움을 느끼는데? 당신들이 우리를 찌른다면, 유대인이라고 피를 안 흘릴까? 당신들이 우리를 간질인다면,유대인이라고 웃지 않을까? 우리에게 독을 먹인다면, 유대인이라고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라고 복수를 하지 않을까? 나머지 질문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당신들과 똑같다면, 우리는 그만큼 당신들을 닮은 것이다.
아마 좀비와 같은 괴물에 대한 우리의 애호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진 이런 혐오와 차별의 감정을 건강하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일지 모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 마이클 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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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공포물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물, 인간 군상에 관한 드라마를 다 같이 놓고 예를 드니 설득력이 매우 떨어지네요 워킹데드가 좀비 나온다고 좀비 공포물이라니
포스트아포칼립스에 대해 알게되었네요~감사합니다
르완다의 '종족'보다는 '민족'이 보다 적확한 번역인 듯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투치족, 후투족이라고 통용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