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과학

헤로인 중독이 알려주는 습관과 환경의 관계

새해 첫날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달력의 역사만큼 오래된 일입니다. 담배를 끊겠다고, 민트 초코칩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회사 동료가 자기 책상위에 올려놓은 M&M에 더이상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운동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언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다짐에 대해 과학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베트남전에서 헤로인에 중독되었던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71년 5월, 두 명의 의원은 베트남을 방문한 후 최악의 소식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군의 15%가 헤로인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당시 헤로인은 가장 악명높은 마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마약 중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되었고, 한 번 중독된 이가 이를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1971년 6월, 닉슨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남용예방특별조치국(Special Action Office of Drug Abuse Prevention)”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예방 프로그램과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그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이 군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특별조치국의 국장이었던 제롬 자페(Jerome Jaffe)는 저명한 심리학자였던 리 로빈스(Lee Robins)에게 이를 연구해주길 부탁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례없는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곧 모든 참전용사들은 귀국에 앞서 헤로인 중독검사를 받아야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로빈스는 실제로 중독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약 20%의 병사들이 스스로를 중독자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헤로인을 끊은 이후에야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로빈스는 이들을 계속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흥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온 후 다시 헤로인에 빠져든 군인의 비율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첫해 다시 헤로인에 빠져든 비율은 5%에 불과했습니다.” 자페의 말입니다. 이 말은 베트남에서 헤로인에 중독되었던 사람들 중 95%가 미국으로 돌아온 후 더이상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은 헤로인과 마약중독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을 뒤흔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재활센터에서 마약 중독으로 치료받은 이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다시 마약에 빠져드는 비율은 90%가 넘었습니다. 이 불일치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어떤 실수를 저질렀거나, 또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그 결과가 진실임을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싸웠습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오늘날 그녀의 연구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행동과학의 역사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남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웬디 우드(Wendy Wood)에 따르면,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행동과학자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들의 목표와 의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의 행동과학자들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마음가짐이 바뀌면 행동도 따라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건강 켐페인을 진행할지라든지 또는 어떻게 사회적 압력을 사용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것인지를 연구했습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닐(David Neal)은 그 방법이 실제로 통했다고 말합니다. “특정 행동들에 대해서는 그런 방법이 먹혔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하지 않는 행동들 말이지요.”

예를 들어, 만약 사람들에게 헌혈을 더 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를 권하는 켐페인을 벌임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담배를 끊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켐페인과 같은 방법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떤 자주 반복된 행동에 대해, 특히 그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반복해 왔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일에 비해 그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닐은 이 현상을, 우리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물리적 환경에서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그 행동에 대한 권한을 그 환경에 맡기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을 환경에 맡긴다는 것은 다소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차에 타는 것과 같이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기본적인 행동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물론 그것은 극히 단순한 행동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뜯어보면 수없이 많은 동작이 정교하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열쇠를 열쇠구멍에 집어 넣기 위해 특정한 자세를 취하고, 다시 의자에 앉기 위해 신체를 움직입니다. 시동을 켜기 위해 하는 행동도 있습니다.

“이 모든 행동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며, 차를 한 번도 운전해보지 않은 이들은 이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이 행동들은 제 2의 본성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대화와 같은 다른 복잡한 작업을 하면서도 이 행동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 동안 우리는 이 동작들에 대해 한 순간도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익혀진 매 순서마다 자동차의 해당 부분에 대해 반응하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의 삶 중 많은 부분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사람의 하루 일상 중 약 45%가 같은 환경에서 반복됩니다.”

닐은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환경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이 행동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흡연과 같은 행동도 포함됩니다.

“끽연자가 자신이 담배를 피던 사무실 건물의 입구를 지나게 되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담배를 꺼내게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행동들은 점점 더 깊이 새겨지게 되며, 동시에 여기에 저항하는 것 역시 어렵게 됩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건물의 입구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던 담배를 꺼내 피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의도와 결심과 무관하게, 소파에 앉았을 때 원하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는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실은 환경은 여기에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나쁜 습관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평소 먹던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먹는 것과 같은, 그런 작은 변화도 도움이 됩니다. 이를 통해 몸에 밴 습관을 흔들 수 있고 이 때 의식은 다시 육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순간 기회의 창이 열리고, 당신은 ‘내가 정말 이것을 원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더 큰 변화 역시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습관에는 여러 다른 요소들이 관여합니다. 단지, 베트남에서 헤로인에 중독되었던 이들이 미국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돌아오면서 더 이상 마약을 하지 않게 된 이유를 이 이론은 매우 잘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이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마약에 중독되었던 이유가 베트남이라는 이질적인 환경 때문이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그들이 다시 마약에 빠진 비율이 그렇게 낮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시간과 함께 우리가 자신의 일부를 주위 환경에 남겨 두고, 다시 그 주위 환경이 나를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NPR)

원문 보기

veritaholic

View Comments

  • "It's as if over time, we leave parts of ourselves all around us, which in turn, come to shape who we are." 내 번역
    내 번역 : 이건 마치 오랜 시간동안, 우리가 자신의 일부분을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남기고, 그것이 후에 다시 우리 자신을 형성하게 되는 것 같다.
    누즈페퍼민트 : 이것은 마치, 시간과 함께 우리가 자신의 일부를 주위 환경에 남겨 두고, 다시 그 주위 환경이 나를 만들어가는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즈 페퍼민트의 번역이 한국인인 저한테 너무 어려웠어요...

    • 환경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맥락이어서, 크게 흠되는 번역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 저는 '시간과 함께'라는 표현이 조금 어려웠어요. 물론 저도 전체적인 문맥에 따라 뜻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 Nicholas 님, Curic 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Curic 님의 말씀처럼, 환경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려 했구요.
          원문의 '자신의 일부를 남긴다(leave parts of ourselves)'는 표현 자체가 이를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할 지, 또는 비유적 표현으로 남겨놓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장이었습니다...

Recent Posts

[뉴페@스프] 이겼지만 상대도 지지 않은 토론… ‘올해의 궤변’ 후보도 나왔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3 일 ago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나 역사적 사례, 본보기가 있다면 어떤 게…

4 일 ago

[뉴페@스프] “돈 때문이 아니다” 최고 부자들이 트럼프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는 이유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6 일 ago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인선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불가피한 인물도 다수 지명된…

6 일 ago

[뉴페@스프] “레드라인 순식간에 넘었다”… 삐삐 폭탄이 다시 불러온 ‘공포의 계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

[뉴페@스프] 사람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름 결정론’ 따져보니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