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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공사는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어하는가

지난가을, 젯블루(JetBlue) 항공마저 손을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항공업계는 비좁은 좌석, 높은 수수료 등 고객의 불편을 가중시켜 나가는 추세였습니다. 그러나 젯블루는 소비자 경험에 공을 들이는 마지막 항공사로 무료 수화물 등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했지요. 고객들은 젯블루를 좋아했고, 수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아날리스트들은 “지나치게 브랜드를 의식하고 고객 중심적이다”라고 평가했지요. 지난 11월, 젯블루에도 새로운 경영진이 부임하면서 유나이티드 항공이나 델타처럼 좌석당 공간을 줄이고 수화물과 와이파이에 수수료를 책정할 것이라고 선언했지요.

추가 수익이 눈을 돌리기엔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2013년 항공업계는 각종 수수료로 315억 달러 (약 35조 원) 매출을 거두었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57억 달러 (약 6.5조 원), 델타 항공 25억 달러(약 3조 원)였지요. 기존에는 표 값에 포함되어있던 수화물 추가 요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VIP 라인, 살짝 더 넓은 좌석, 개나 고양이 반입 등에도 모두 수수료가 불었습니다.

미국 항공 업계는 2014년 2백억 달러 순수익을 낼 정도로 호황입니다. 수수료보다는 인수합병으로 경쟁이 줄어든 영향이 크죠. 기름값이 떨어졌음에도 표 값을 내리지 않은 것도 한몫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요인을 제외하면 항공사 내부적으로 가장 매출이 증대한 항목은 2007년 이래 두 배가 된 수수료 부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항공사는 표 값을 올리는 대신 수수료를 붙이기 시작한 걸까요? 항공사나 경제학자는 수수료 구조가 여행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든 비용을 절약하고 싶은 여행자는 더 긴 줄을 서고 비좁은 좌석에 본인 음식을 가지고 탈 수 있다는 거죠.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수수료 프로그램이 “당신의 선택” 을 통해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기 얼른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고객이 수수료를 내게 만들려면 돈으로 피하고 싶을 만큼 불편한 먼가가 있어야 하는 거죠. 여기서 “계산된 불편함”이 탄생합니다. 기본 서비스는 돈을 내서라도 피하고 싶게 질이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서 고통이 시작됩니다.

지난 몇 년간 이코노미석 비행은 탑승자가 견디기 어려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코노미석에 더 많은 좌석을 구겨넣으면서 좌석당 공간이 작아졌죠. “지금 미국 4대 항공사에서 가장 넓은 이코노미 좌석은 1990년대 가장 작은 이코노미 좌석보다도 작습니다.”

로얄티 프로그램 VIP가 아니면 비행기 타는 것도 매우 불편하죠. 뒷좌석부터 차례대로 비행기에 들어가게 하는 보딩 시스템은 사실 랜덤 보딩보다 되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수화물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승객이 짐을 가지고 타면서 수납공간이 부족해지고, 짐을 든 승객은 일찍이 줄 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항공사에게 비행기 앞뒤에서 동시에 보딩을 시작하는 등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많은 방법이 있지만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행 경험이 나빠진 건 수수료 모델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인수합병이 일어나면서 더 나쁜 서비스가 합쳐지고, 항공사가 탑승 클래스를 더 분화시켰지요. 델타항공의 경우 무료 5가지 레벨을 제공하는데 “이코노미 마이너스” 라 하여 기본 이코노미석보다 더 비좁은 좌석도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젯블루 순수익이 증명했듯 그 과정에서 일부러 탑승자를 고통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좁은 비행기 안에서만큼이나 불평등이 고통스럽게 수면에 드러나는 곳이 없으니까요. (New Y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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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sangju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열린 인터넷이 인류의 진보를 도우리라 믿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테크 낙천주의자 너드입니다. 주로 테크/미디어/경영/경제 글을 올립니다만 제3세계, 문화생활, 식음료 관련 글을 쓸 때 더 신나하곤 합니다. 트위터 @heesangju에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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