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 발견되는 생물(種)이 1만7천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 <브레비오라> 저널은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라는 새 도마뱀 종을 소개했습니다. 얼핏 보면 이 도마뱀은 평범한 도마뱀처럼 보입니다. 작고 날씬하며 등과 푸르스름한 꼬리에 점이 박혔습니다. 사실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는 아주 특별한 동물입니다. 이 도마뱀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두 다른 종을 교배해 만든 것으로 종의 진화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한 동물 종이 진화하는 것은 흔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로 여겨집니다.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기존의 동물 집단이 어떤 이유로 분리되고 새로 고립된 동물 집단은 자기들끼리만 번식합니다. 수천 세대가 지나면 두 집단의 유전자는 달라지게 되고 더 이상 서로 교배되지 않습니다.
물론 몇몇 가까운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종교배로 생긴 잡종은 일반적으로 생식 기능 장애 등의 문제로 후손을 퍼뜨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이종교배로 새 종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미국 남서부에 사는 채찍꼬리도마뱀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몇몇 채찍꼬리도마뱀은 처녀생식을 합니다. 즉 암컷의 난자(알)가 부화해 어미의 복제동물을 낳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정란은 한 짝의 염색체만 있습니다. 다른 쪽 짝은 수컷의 정자가 수정을 할 때 들어옵니다. 하지만 채찍꼬리도마뱀 암컷은 처녀생식으로 자기 염색체를 복제해 수컷없이 자손을 낳을 수 있습니다.
더 기괴한 얘기를 해볼까요. 어떤 채찍꼬리도마뱀 종은 염색체가 2개(1쌍)이 아니라 3개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마도 수컷 도마뱀이 처녀생식을 하는 암컷과 교배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정자는 이미 두 개(1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난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했을 것입니다. 그럼 이 알은 3개의 염색체를 갖게됩니다.
신기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1967년 생물학자 윌리엄 B.니베스는 뉴멕시코 알라모고르도 주변에 사는 채찍꼬리도마뱀을 조사하던 중 염색체 4개를 가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니베스 박사는 그 도마뱀이 잡종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3개의 염색체는 아스피도스켈리스 엑산구이스라는 종으로부터 왔습니다. 나머지 1개 염색체는 아스피도스켈리스 이노르나타라는 종에게서 왔습니다. 두 종 모두 알라모고르도 주변에 삽니다. 하지만 니베스 박사는 자신의 전공이었던 줄기세포 생식 연구를 하느라 이 잡종 발견의 후속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2002년 스토워즈 의학 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니베스 박사는 같은 연구소의 피터 바우만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채찍꼬리도마뱀 잡종 이야기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바우만 박사는 그 얘기를 듣고 신기술을 적용해 볼 좋은 기회라고 결심했습니다. 두 사람은 뉴멕시코로 가서 여러 채찍꼬리도마뱀들을 잡아다가 연구소로 가져왔습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종의 채찍꼬리도마뱀끼리 교배시키려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2008년 연구진은 염색체 4개를 가진 잡종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연구진은 아스피도스켈리스 엑산구이스 암컷(처녀생식으로 3개의 염색체를 가진 것)과 수컷 아스피도스켈리스 이노르나타를 같은 우리에 넣었습니다. 곧 둘은 교배를 했고 암컷은 알을 낳았습니다. 알이 부화하자 연구진은 새끼 도마뱀의 유전자를 조사했고 염색체가 4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새로운 잡종들 가운데 네 마리는 암컷이었습니다. 더 연구진을 기쁘게 했던 것은 이 암컷들이 자가 생식(처녀 생식)을 했고 자신과 똑같은 복제 후손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처녀 생식은 계속됐습니다. 이제 연구진은 이 도마뱀 무리 200마리를 가지게 됐습니다.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졌지요.
최근 연구진은 자신들이 마침내 새로운 도마뱀 종을 탄생시켰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연구진은 1960년대 이래 채찍꼬리도마뱀을 연구해 온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파충류 전문가 찰스 J.콜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건 분명 새로운 종이었어요.” 콜 박사는 말했습니다. 그 도마뱀의 몸은 부모 양쪽의 종과 모두 달랐습니다. 이 새로운 종이 실험실에서 제조된 것이라는 사실은 콜 박사에게 상관없었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프랑켄슈타인 같은 걸 만든 게 아닙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그냥 우리 속에서 본능대로 살던 도마뱀입니다.” 콜 박사는 바우만 박사와 연구진이 새로운 종을 학계에 공식적으로 발표도록 도왔습니다. 콜 박사는 새 도마뱀이 기존의 채찍꼬리도마뱀과 다른 신기하고 미묘한 특징이 무엇인지 철저히 파헤쳐 보고했습니다. 학명은 니베스 박사의 이름을 따서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라고 붙였습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로렌스 M. 하디 교수는 이 도마뱀이 새 종으로 인정받을 공식적인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대 진화생물학자 데이비스 힐리스는 과연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생물학자들은 그 동물 집단이 종인지 아종(亞種, Subspecies)인지를 가리기 위해 그게 번식을 할 수 있는지를 조사합니다. 만약 그게 종이라면 자신들끼리 교배해서 번식이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이 도마뱀은 종(種)일까요?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는 교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녀생식으로 번식이 되니까요.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의 존재는 과연 종이란 무엇인가라는 난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 바우만 박사 연구진은 아스피도스켈리스 이노르나타 종과 아스피도스켈리스 엑산구이스 종을 교배시키면서 부모(수컷과 암컷)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잡종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부모 밑에서 나온 후손의 처녀생식을 통해 만들어진 도마뱀 집단은 제각기 다 다른 종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힐리스 박사는 생물학계가 이런 류의 도마뱀을 등재할 때는 다른 방식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잡종 복제(hybrid clones)”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바우만 박사도 새로운 분류명을 붙여주는 것이 생물학자 사이에 소통을 도울 거라고 동의했습니다.
이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연구진은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가 염색체 4개를 가지고 어떻게 생존해가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경우는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기면 치명적인 문제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21번째 염색체가 한 개 더 복제되면 다운 증후군을 겪게 됩니다.
아직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는 다른 도마뱀과 마찬가지로 완벽히 건강해 보입니다.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의 좋은 건강은 또다른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만약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의 부모 도마뱀 종이 충분히 많은 환경이라면,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가 야생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게 가능할까요?
만약 건강한 잡종들이 드문 드문 발생한다면 그들은 불운의 희생자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느 종의 수가 희소하다면 멸종될 확률은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하버드 생물학자 제임스 말럿은 말했습니다.
혹은 어쩌면, 알라모고르도 주변에는 아스피도스켈리스 니베시 도마뱀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번성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콜 박사는 “어딘가에 그 도마뱀들이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아직 우리가 모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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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오류가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기사 중 2개, 3개, 4개의 염색체라는 말은 원문 해석을 잘못하신것 같습니다. 각각의 염색체가 2쌍으로, 3쌍으로, 4쌍으로 존재한다가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등생물의 경우 염색체는 여러개가 존재합니다. 기사에서 예를 든 사람 역시 23개의 염색체가 쌍으로 존재하여 (즉, 23쌍, 성염색체의 경우 쌍이 아닌 X, Y 로 나뉘어짐) 총 46개의 염색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도마뱀 역시 여러개의 염색체 (종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가 쌍으로 존재하여 이루어집니다. 즉 정확히는 각각의 염색체가 2쌍 (2n)으로 존재하는것이 자연계의 일인데 연구실에서 그것을 각각의 염색체가 3쌍 (3n)으로 존재하는 것과 4쌍(4n) 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도마뱀을 만들어 냈다는 말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