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시 적진이나 점령지에서 문화유산을 훔치거나 파괴하는 것은 전쟁 범죄입니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전쟁을 하더라도 싸우는 방식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이는 명기된 법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굳이 문화재 문제를 꺼내는 것이 껄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어린이들을 학살하고 있는데, 그 지역의 불교 문화재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면 귀를 기울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말리와 시리아에서 파괴되고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들도 그 지역에서 사그라져 가는 숱한 사람 목숨 앞에서 둘째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명 살상과 문화재 파괴는 언제나 나란히 일어납니다. 사람을 죽이고, 귀한 물건을 뺏거나 파괴하는 일은 역사 속에서 늘 함께 일어났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이 두 가지 간의 연관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죠. 지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각종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이슬람 국가(IS)’ 역시 자신들의 협소한 이슬람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종교, 문화 집단을 박해하고 있습니다. IS에게 적의 소중하고 성스러운 물건을 빼앗는 일은 두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는 세력을 과시하고 적의 사기를 꺾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둘째는 폭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IS가 약탈한 문화재를 팔아 그 돈을 활용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문화재 반달리즘의 종교적인 동기와 세속적인 동기를 엄격하게 구분하기란 점점 어렵습니다. 그 동기에 상관없이 결과는 비슷합니다. 문화재가 만들어지고 소중히 여겨지는 고향을 떠나 부유한 서구 도시의 경매장에서 팔려나가게 되는 것이죠. 미술품 시장이 전쟁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훔쳐간 문화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약탈당한 문화재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경우도 일어납니다. 1970년대 키프로스 전쟁 당시에도 오래된 교회의 귀한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들이 조각조각 뜯겨 나가 세계 각지의 미술품 소장가들의 손에 들어갔고, 아직도 법정에서는 당시의 약탈 문화재들을 둘러싼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 와중에 최근 한 캐나다의 한 소장가가 프레스코화 작품 두 점을 자발적으로 교회에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한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빼앗는 것이 그 공동체의 정신을 파괴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갖는다면, 문화재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 그 반대의 효과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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