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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력하지 않기 위한 노력: 자발성의 예술과 과학(Trying Not to Try: The Art and Science of Spontaneity)”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오늘날 이 말은 짜증 날 정도로 자주 들립니다. 소개팅, 연설, 면접, 상견례 등 우리가 긴장하게 되는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듣습니다. “긴장을 푸세요.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세요.”

그러나 긴장한 상태에서 어떻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억지로 긴장을 푼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꾸미지 않은 것처럼 꾸민다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닐까요?

즉 이 말은 모순을 가진 말입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에드워드 슬링거랜드는 자신의 새 책 “노력하지 않기 위한 노력: 자발성의 예술과 과학(Trying Not to Try: The Art and Science of Spontaneity)”에서 이 모순이 인간 사회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동아시아의 철학과 최근 수십년 동안 이루어진 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주장을 펼칩니다.

그는 이 모순을 “무위(wu-wei)”의 모순이라 부릅니다. 무위는 중국어로써 “노력하지 않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운동선수가 어떤 의식적 노력 없이 뛰어난 결과를 내는 상태를 말하는 몰입(flow)이라는 개념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위는 운동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위는 연애, 종교, 철학, 상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개념은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설명해주며, 왜 사업가들이 중요한 계약에 앞서 술자리를 벌이는 지도 설명합니다.

슬링거랜드는 무위라는 개념이 인간이 수렵채집사회를 벗어나 보다 큰 사회를 만들게 되면서 등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 더 이상 혈연관계에만 의존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주로 종교와 같은, 서로를 존중하고 공익을 위해 협력하는 그런 가치를 공유하는 제도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더 커진 사회에서는 다른 이를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행위가 합리적 행위가 되며, 그런 무임승차자가 언제나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다른 이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규칙을 잘 지키는 것이나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착한 이가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의인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 없이도 저절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습니다.

이 개념은 1993년 중국 신장의 무덤에서 발견된 대나무 편에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는 약 BC 300년경의 작품이며 규칙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효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효가 아니다. 순종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순종이 아니다. 노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유교는 이러한 노력 없는 선에 이르기 위해 실제로 매우 많은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엄격한 규칙과 전통을 준수함으로써 적절한 행동이 마치 본능처럼 몸에 배도록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연설자가 자신의 연설을 너무나 잘 외운 나머지 그것이 즉흥연설처럼 보이는 그런 수준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무위일까요? 도교의 노자는 자신의 책 도덕경(The Classic of the Way and Virtue)에서 유교를 겨냥해 정확히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가장 나쁜 덕은 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며, 이들은 결코 덕을 이룰 수 없다.”

도교를 따르는 이들은 유교와 달리 자연스러운 선을 추구했습니다. 그들은 물질에 대한 욕망과 당시의 기술을 피해 교외로 나갔으며 소 대신 스스로 쟁기를 끌며 원시적인 형태의 농사를 지었습니다. 슬링거랜드는 이들을 “20세기의 히피들보다 2000년 이상 먼저 등장한 순수한 히피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들의 논쟁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을 말하는 불교도들, 힌두교와 기독교의 철학자들, 그리고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까지 인간의 도덕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이성인지 본능인지를 두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무위가 카리스마적인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대중 앞에서의 연설이건, 누군가와의 대화이건, 무위적 태도는 그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좋은 방법은 바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어떤 정치인이나 세일즈맨은 이러한 태도를 매우 잘 유지하며, 그 만큼 우리는 이들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통령 후보가 긴 선거기간 동안 무심코 보이는 한 행동을 통해 우리는 그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다고 여깁니다.

사업가들은 큰 계약을 앞두고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며, 이는 알콜이 인간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슬링거랜드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술에 취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로 정신적인 무장해제를 시키는 방법입니다. 악수를 통해 내가 무기를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데킬라 몇 잔을 들이켜는 것은 머릿속을 보여주며 ‘자, 거짓말이 아냐. 나를 믿어도 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슬링거랜드는 무위에 이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유교가 강조한 노력은 오늘날 심리학계에서 의지(willpower)에 관한 실험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인간이 가진 의지의 양은 제한되어 있으며, 따라서 훈련을 통해 얻어진 습관은 우리의 인지적 노력을 덜어줍니다. 그러나 도교가 지적한 것처럼, 훈련 자체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문화는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특정 기술을 얻기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보다는 긴장을 풀거나 그저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주는 많은 영역들이 있습니다.”

그는 유교와 도교를 절충한 맹자의 방법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노력할 것, 그러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입니다. 그는 싹이 자라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해 직접 싹을 잡아당긴 한 농부의 우화를 들었습니다. 이 싹이 바로 맹자의 무위입니다. 우리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싹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말이지요.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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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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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ontaneity가 자발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나 무위로 번역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를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책의 제목은 대체로 직역보다는 현지 문화에 맞게 (실은 판매량에 도움이 되도록) 바뀌어 출판되는 경우가 많아 (물론 유행이 있는 듯 하더군요. 한 때 영어제목을 그대로 발음으로 쓴 책들이 많이 보이기도 했구요) 오히려 여기 소개할 때에는 더 영어제목이 잘 연상되도록 - 곧 직역처럼 보이도록 - 하는 편입니다.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게 되기도 했구요.)
      물론 그런 맥락 하에서도 이 글의 제목으로 무위가 더 나을듯한 생각이 저도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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