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얼음이 얼었습니다. 상쾌하고 빛나는 아침입니다. 커튼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태양은 침대 맞은편 서재를 비춥니다. 창밖으로 트럭이 시동을 거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립니다. 옆집의 지붕에 남아있는 고드름들은 어느 집이 난방을 많이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한 시간 뒤, 같이 체육관을 가는 길에 큰 딸아이는 묻습니다. “아빠, 왜 손가락은 손바닥보다 더 빨리 추워지죠?”
그 답은 물론 표면적과 부피의 비율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단순화시켜 생각하는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손가락은 원통으로, 그리고 손바닥은 원반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부피에 대해 손가락은 더 많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손가락은 더 빨리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이 효과는 추위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보다 더 근본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혈액 순환 같은 효과는 생물학적인 효과이고 따라서 덜 중요하지요. (사실은 계산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나는 이 개념, 즉 표면적-부피의 비율이라는 개념을 좋아합니다. 이 개념은 왜 어떤 대상의 크기가 그 대상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지를 말해주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즉, 어떤 것을 그 형태 그대로 확대하거나 축소하게 되면, 그 대상의 물리적 성질은 바뀌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개미를 그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코끼리만큼 크게 한다면, 개미의 다리는 곧 부러지고 말겁니다. 그것은 다리를 버티는 힘은 다리의 단면적, 곧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지만, 버텨야할 체중은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공상과학 영화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라켈 웰치가 출연했던 영화인 마이크로 결사대(Fantastic Voyage)는 수술을 위해 축소된 사람들이 인체 내로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그 비율 그대로 축소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 닐스 보어가 전자가 핵 주위를 마치 행성처럼 회전한다고 했을 때, 그 전자 위에 지구와 같은 문명이 존재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위해 미니어처를 만들어 폭파시킬 때, 이를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지요. (물론 폭파 자체가 슬로우 모션일 때 멋있어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초신성의 폭발은 빛의 속도게 가깝지만, 이 폭발이 며칠, 또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나는 것도 그 이유, 곧 초신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며, 따라서 더 큰 물체가 폭발한다 하더라도 넘을 수 없는 속도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원자는 행성과 같지 않으며, 그 작은 세계에서 이들은 고전적 입자와는 전혀 다르게 양자역학적으로 행동합니다. 양자역학적 행동은 마치 빛의 속도처럼, 플랑크 상수라는 절대적인 값에 근접할 때 관찰됩니다. 즉 이 두 절대적인 값은 현상이 본질적으로 바뀌는 양 극단의 범위를 알려줍니다.
물론 손가락이 왜 먼저 추워지느냐는 질문의 답인 단면적-부피 비율을 설명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이나 플랑크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나는 내 딸에게, 네가 나보다 더 작으니 네가 나보다 더 쉽게 추위를 탈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물론 물리학이 그런 사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더 따뜻한 장갑을 받고 싶은 아이의 꿈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더 따뜻한 장갑을 찾아봐야겠군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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