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소된 매시 에너지(Massey Energy)의 CEO였던 돈 블랑켄쉽(Don Blankenship)씨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정치인들에게 많은 돈을 기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4년에 그는 브렌트 벤자민이라는 변호사를 웨스트버지니아주 항소 대법원직에 선출시키기 위해서 3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이는 후보였던 벤자민이 선거에서 쓴 돈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랭크쉽씨의 입장에서보면 이는 괜찮은 투자였습니다. 벤자민 후보가 당선되자 그는 메시 에너지에게 5천만 달러를 내도록 했던 기존의 판결을 뒤집어 줬기 때문입니다.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정치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꽤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지난 100년간 미국 정부가 선거 자금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를 실행해 온 이유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죠. 하지만 최근 연방 법원은 이러한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0년 미 대법원의 시티즌 유나이티드(Citizen United) 결정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기업이 선거에서 돈을 쓰고 싶은 만큼 쓸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시티즌 유나이티드 결정 이후 많은 전문가는 돈이 선거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몇몇 선거에서는 실제로 이런 기대가 맞아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노스캐롤라이나나 콜로라도주의 상원 선거와 같이 경쟁이 치열했던 선거의 경우 1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거들은 예외에 가까웠습니다. 26억 달러가 소요된 2012년 대통령 선거 역시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는 적은 돈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오히려 의회 선거에 쓰인 전체 자금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0년 선거에서 40억 달러, 2012년 선거에서 38억 달러, 그리고 이번 선거에 쓰인 돈은 37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정치학자인 아담 보니카 교수는 말합니다. “시티즌 유나이티드 결정이 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이 선거에서 엄청난 돈을 쓸 것이라는 예측은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 정치학자인 스테픈 앤솔라비히어(Stephen Ansolabehere) 교수는 이런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말합니다. 2003년에 그가 동료들과 쓴 논문, “미국 정치에는 왜 돈이 적을까?(Why Is There So Littel Money in U.S. Politics?)”에서 그는 개인과 기업이 실제로 선거를 후원하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선거에 후원하는 것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과 같은 소비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선거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거나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후원함으로써 기쁨을 얻는 것이지 어떤 정책의 변화나 대가를 바라고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선거 후원금은 기업이 아니라 개인들이 소규모로 내는 돈에서 옵니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에게 3달러를 기부한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돈을 낸 것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많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나 기업들도 실제로 법이 정한 최대치를 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이들이 정치인에게 정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한다면 법이 정한 최대치를 기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야 합니다. 미국 중산층은 소득의 0.04%를 선거 후원금으로 냅니다. 그리고 기업들 역시 선거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돈을 후원합니다. 현실에서 앞서 소개한 매시 에너지와 같은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실제로 2009년에 미 연방 대법원은 버지니아 법원에 매시 에너지에 관해 내린 판결을 재검토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에서도 대법관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선거에 후원하는 돈이 정책을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선거를 매수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유권자들은 정해진 정치적 성향이 있고 정치 광고나 캠페인을 통해서 이를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셰브런(Chevron)은 최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의 시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3백만 달러를 썼지만, 오히려 유권자들은 셰브런이 반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자를 선출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인 스티븐 레빗은 1994년 논문에서 “선거 자금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레빗 교수는 하원 선거에서 10만 달러를 더 쓰는 것은 특표율을 0.33 퍼센티지 포인트 증가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선거 후원금 액수가 적다는 것은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의 실제 파워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듀크 대학의 정치학자인 마이클 멍거 교수는 기업들은 현재 상태에 대부분 만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무언가 큰일이 나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소방관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모든 선거에 개입하기보다는 관망하다가 정말 자신들의 이익에 직결되는 선거에만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선거 후원금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로비하는데 쓰는데 이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로비를 통해서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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