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피자를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요? 원하는 피자를 말로 주문하기 귀찮으시다구요? 피자헛은 사람들의 잠재의식을 읽어 자동으로 피자를 주문해주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자헛은 “세계 최초의 잠재의식 메뉴”라는 이름으로 고객이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를 추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영국의 몇몇 피자헛에서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이 기술은 테블릿에 부착된 시선추적장치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시선추적장치는 화면상에 있는 20개의 재료를 바라보는 고객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 재료에 머문 시간을 이용해 4,896가지 조합중 하나를 선택해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피자를 알려준 후, 고객의 결정을 기다립니다.
이 기술은 우리 선택장애자들에게는 환상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 잠재의식 메뉴가 과연 마케팅 용어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요?
시선추적기술은 실제로 작동하며 매우 유용한 기술입니다. 이미 19세기 말, 루이 에밀 자발은 읽기에 대한 연구를 위해 시선추적을 이용했습니다. 오늘날의 인지과학자들에게 시선추적기술은 주의, 지각, 기억, 결정 등의 과정을 연구하는 기본 도구입니다.
오늘날의 시선추적은 각막에 반사되는 적외선을 고속카메라로 찍어 이를 분석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중앙처리장치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동공의 방향을 파악합니다. 시선추적은 난독증의 연구에 쓰이며 운전 중 문자 보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이는데도 사용됩니다. 뇌과학자들은 최근 뇌영상과 시선추적기술을 함께 사용해 인간의 사고과정을 추적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때 이 기술은 매우 고가였으나, 최근 몇 년간 상황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오늘날, 충분히 쓸만한 시선추적장치를 우리는 2-30만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시선추적을 통해 정말 우리가 잠재의식 속에서 좋아하는 피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재료를 더 오래 쳐다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실입니다. 여러 의사결정 실험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은 실제 의사와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확률적으로만 사실일 뿐입니다. 즉, 우리는 평균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더 오래 쳐다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무언가를 더 오래 쳐다봤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선으로 마음을 읽겠다는 주장의 또 다른 문제는, 사람은 복잡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어떤 이가 재료들을 서로 다른 시간 동안 바라보는 데에는 수 만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버섯 사진은 선명했지만 베이컨 사진은 선명치 않아서 오래 쳐다봤을 수 있습니다. 또는 베이컨이 그저 다른 재료보다 더 밝아서 좀 더 오래 쳐다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잠재의식 속의 베이컨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파인애플과 양파, 옥수수를 얹은 피자를 먹고 싶지 않다면, 잠재의식 메뉴는 넘기고 전통적인 방식의 메뉴를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선추적기술이 좀 더 확실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아마 전통적인 메뉴가 떠 있는 화면에서 특정 메뉴를 일정 시간 – 예를 들어 1초 이상 – 쳐다볼 때 이를 선택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식적인 시선 처리는 실제로 가능하며 유용합니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소 긴 시간을 쳐다봐야 합니다. 즉, 당신이 이 기술이 적용된 식당에 간다면, 메뉴를 쳐다보며 그 메뉴가 선택되길 기다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베이컨”이라고 말하게 될 거라는 거죠.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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