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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비행기가 장시간 연착되거나 취소됐을 때 대처방법

연말입니다. 가족, 친구가 있는 곳을 찾아 여행하는 일도 잦아지는 시기죠. 한국 안에서는 그럴 일이 드물지만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 갈 때는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아지는데, 연말은 특히나 비행기 연착, 취소가 많은 시기입니다. 여행 수요가 높아 승객들이 몰리고, 특히 북반구는 겨울이라 기상이 좋지 않거나 비행기가 잔고장을 일으켜 점검에 예정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예정된 시간에 비행기를 타지 못해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승객들은 너나없이 발을 동동 구르다 짜증 섞인 불만을 내뱉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승객들이 많습니다.

독일 방송기자 출신인 붸크너(Eve Buechner) 씨는 기자 시절 이탈리아의 작은 섬 사르디니아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발이 묶인 적이 있습니다. 항공사가 예정된 비행기가 연착되자 비행 일정을 바꿨는데, 그 비행기마저 제시간에 출발을 못 해 몇 시간을 공항에서 허비하게 된 겁니다. EU 항공당국이 관장하는 관련 법규에 보상 규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던 붸크너 씨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항공사에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가 너무나 복잡하고 까다로워 사실상 소비자 개인이 항공사를 상대로 보상을 받아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항공사들은 6개월간 늑장 대처로 일관해 붸크너 씨를 지치게 만들었고, 작은 기체 결함이었다는 당초 연착 원인도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등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했습니다. 변호사를 고용하면 될 일이지만, 만만찮은 변호사비를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붸크너 씨는 자신의 경험과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걸 확신하고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EU 회원국을 오가는 비행기의 비행이 취소되거나 2시간 이상 연착된 비행기에 대해 승객이 법에 따라 보상을 신청하는 절차를 대행하거나 도와주고 승객이 항공사로부터 받는 보상금의 15~30%를 수수료로 받는 비즈니스, 웹사이트 이름은 Refund.me입니다. 처음 서비스를 개시한 지 2년 만에 이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120여개 나라 소비자들이 항공사 250여 곳을 상대로 보상을 신청해 94%가 보상금을 받아냈습니다. 항공사들에게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많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유하는 사이트들은 여럿 있지만, Refund.me는 복잡한 보상 신청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해 소비자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데도 몰라서 놓쳐온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효용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15% 수수료도 지나치다며, 스스로 신청할 수 있다며 웹사이트를 떠납니다. 붸크너 씨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결국은 도움을 청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죠. 또한 항공사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취소됐을 때 승객들에게 다음 번 항공권 구매에 이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시하는데, 이를 받고 나면 규정에 따른 보상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쿠폰으로 할인받는 액수보다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액수가 더 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Refund.me는 현재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공개기업(privately held company)이라서, 정확한 수익 구조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간 유럽 항공사들에게 취소, 연착 보상을 신청하는 건수가 3만 건이라고 가정하면, 보상금액만 170억 원 규모입니다. Refund.me가 20%만 수수료로 받는다고 가정해도 연 매출이 35억 원에 이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회사인 셈입니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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