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끝나는지를 생각해왔습니다. 나는 런던 근교 카살턴의 공동주택에 살던 어린 시절, 화려했던 메리 여왕의 장례식 행차 소리를 들으며 그 어떤 부자나 유명인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20년 뒤 아내 실비아와 브라이튼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던 나는 냉동보존술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 것을 희망하며 신체를 냉동해 보존하는 기술이었습니다. 나는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했고 아내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80년대 중반이었고 심장과 폐를 이식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었습니다. 시험관 술로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났고, 냉동질소가 DNA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몇 가지를 조사해보고, 우리는 냉동보존술이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유일하게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던 미국의 알코어(Alcor)사에 연락했고, 냉동될 돈을 내기 위해 보험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영국에는 사망 시 24시간 이내에 혈관에 부동액을 넣고 섭씨 영하 20도로 신체를 냉동할 장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나는 이스트본에 사무실을 하나 구했고 그곳은 나중에 “영국냉동보존(Cryonics UK)”의 본부가 되었습니다. 알코어는 우리를 훈련시킬 사람들을 보내주었고 우리는 다른 회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점원, 부동산 개발자, 미혼모, 심지어 목사도 있었습니다. 그건 약간 이상했지요.
언론은 잠시 우리를 주목했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내 요양원의 노인들이 내가 자신들을 강제로 냉동고에 집어넣지 않을지 걱정했을 거라 생각할 겁니다. 그들은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내게 그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회원 중의 누구도 죽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실비아가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우리는 즉시 그녀를 냉동시킬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두 명을 불렀습니다. 의사가 그녀가 죽었다고 판정을 내렸을 때, 우리는 그녀의 피를 빼고 부동액을 혈관에 채웠습니다. 다음 며칠 동안 그녀의 몸은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있었고 그녀는 앞으로 100여 년 동안 액체질소의 온도인 섭씨 영하 196도로 보관될 미국의 미시간주에 있는 창고로 보내졌습니다. 그 창고에는 냉동된 시체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질소 공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머리는 최대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말이죠.
그녀가 알코어에 지불한 돈은 약 1억 5천만 원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내는 것이, 그렇게 해서 혹시나 회사가 망할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겁니다.
실비아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내 아들이 내 시체를 직접 처리할 필요가 없도록 내 생명보험 중 3500만 원을 찾아 회사에 먼저 지불했습니다. 우리 아들들은 나와 내 아내가 냉동되는 것을 기뻐하고 있고, 우리가 이를 원했다는 사실 역시 존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나는 그들이 나를 냉동하고 보관한다는 계약만을 체결했고, 그들이 나를 해동해 주리라는 어떤 보장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그들이 그런 기술을 가지게 되었을 때 나를 해동해 줄 것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돈 낭비로 부르리라는 것을 나도 압니다. 그들은 어쩌면 무섭게 변할지 모를 200년 뒤의 세상에서 왜 다시 살아나려 하는지 내게 묻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래를 경험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신나는 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친구는 내게 말했습니다. “음, 나는 냉동되지 않을 거야. 나는 추위를 참지 못하지. 너, 네가 죽었을 때 어디 있게 되는지 알지?”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99.9%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실비아와 나는 46년 동안 같이 살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간절히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산 평범한 사람이지만 우리의 삶에는 사랑이 있었고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삶을 연장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빨리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몇백 년 뒤 깨어나 다시 그녀를 만나는 겁니다.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과 다음 생에서 같이 깨어난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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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등장하는 온도가 셀시우스인지 파렌하이트인지 알 수 있으면 더 좋겠어요.
훌륭한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