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당신에게 제시카 알바와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평소 자주 어울리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가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제시카 알바와 술을 마시는 “특별한” 경험을 원할 겁니다. 하지만 최근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시카 알바와의 술자리가 오히려 당신을 더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특별한 경험에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6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학생들을 4인 1조로 묶어, 한 명에게는 재능있는 마술사가 반응좋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나머지 세 명에게는 아주 평범한 저예산 만화 영화를 보여주었죠. 그리고 누가 재미있는 영상을 보았고 누가 재미없는 영상을 보았는지를 모두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이후 4명을 한 방에 모아놓고 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 뒤, 지금 기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의 기분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답하도록 했습니다. 놀랍게도 재미있는 영상을 본 학생들은 재미없는 영상을 본 학생들에 비해 지금 기분도 좋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소외감을 더 크게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평범한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오히려 대화에 끼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갈구하는 것일까요? 이 연구진은 다른 피실험자 집단에게 재미있는 영상과 평범한 영상을 보는 상황, 그리고 이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가정하도록 한 후 기분이 어떨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피실험자들은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편이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죠.
이렇게 우리는 남들이 못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특별한 경험 자체에서 오는 짜릿함은 금방 사그라들지만, 그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소외감은 오래 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돔페리뇽의 짜릿함이나 새로 뽑은 마제라티의 엔진 소리와 같은 비사회적 쾌락의 특징은 우리가 그 쾌락에 금방 익숙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자주 하지 못할 때나 처음 할 때 더 좋게 느껴지는 이유죠. 사회적 쾌락은 다릅니다. 우리가 갈구하는 소속감과 인정, 동료애 등은 튀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생소함, 질투심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어 불행해진다니, 그렇다면 우리는 특별한 경험을 피하고 평범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우리가 어떤 경험을 선택할 때 그 경험으로부터 얻을 이익만을 기대하고 비용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 그저 특별한 경험에도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주지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이 실험에서 단순히 “모험은 나쁘다”라는 결론을 낼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을 소중히 여기자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저널에 실린 또 다른 최신 연구 역시, 함께 하는 경험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70% 카카오 초콜렛을 먹은 피실험자들은 같은 초콜렛을 혼자 먹은 피실험자들에 비해 초콜렛이 맛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쁜 경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90% 카카오 초콜렛을 둘이 함께 먹은 피실험자들은 혼자 먹은 피실험자들에 비해 불쾌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죠. 실험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와 어떤 경험을 함께 하면, 그 경험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들을 통해 왜 우리는 사람들이 첫 데이트의 어려움이나 어설펐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멋진 휴가를 보낸 후에도 정작 친구들을 만나면 이국의 멋진 풍경보다는 끔찍했던 호텔 조식과 최악의 관광 가이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있죠. 사회적인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상대방과 공감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이해해줄 사람인 것이죠. (The Atlantic)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 비상 계엄령 선포와 내란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스브스프리미엄에 쓴 해설 시차발행을…
우리나라 뉴스가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해 내란죄 피의자가 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뉴스로 도배되는 사이 미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투표가 오늘 진행됩니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