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늘 훈련했던 익숙한 잔디, 상대적으로 익숙한 날씨에서 경기를 하는 홈팀은 어느 스포츠에서나 유리함을 안고 경기하기 마련입니다. 축구도 마찬가집니다. 축구의 역사가 가장 긴 잉글랜드의 축구리그에서 벌어진 약 20만 차례의 경기 결과를 분석해봤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훨씬 전인 1888년부터 지난해까지 126년간 치른 1~4부리그 경기결과를 모두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는 홈팀 기준으로 승리-무승부-패배의 비율은 각각 60%, 20%, 20% 정도였습니다. 홈에서는 다섯 경기를 치르면 올릴 수 있는 총 승점 15점 가운데 10점을 평균적으로 챙겼다는 뜻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비율은 40%, 30%, 30%로 줄었습니다. 홈팀이 평균적으로 챙기는 승점이 7.5점으로 줄었습니다.
홈어드밴티지가 분명 줄어들었다는 뜻인데, 홈팀이 기록하는 득점 추세를 살펴봐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홈팀의 평균 득점이 2.5점을 상회할 정도로 높았지만 최근 들어 1.5점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원정팀이 올리는 득점은 1.0~1.3점에서 큰 변화가 없습니다. 심판도 사람이니 홈팬들의 응원에 영향을 받고, 먼길을 오느라 상대적으로 지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해야 하고, 선수들의 성향에 맞춘 잔디 상태까지 홈 이점은 분명히 여전한데, 왜 홈팀들의 성적은 점점 나빠지는 걸까요?
물론 각 도시를 여행하는 게 과거보다 쉬워져 원정팀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 쉬워졌고, 상대편 경기장에 가서 열정적인 원정 응원을 펼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선수들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이 많을수록 더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는데,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고서는 경기를 볼 기회가 없었던 과거에 비해 TV 중계가 보편화되면서 원정팀 선수들도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의식하게 됐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여러 설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설명으로 심판 판정 성향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축구는 아마 모든 스포츠 가운데 심판의 영향력이 상당히 큰 종목에 속할 겁니다. 한두 골 차이로 승패가 판가름나는 경기가 대부분인데 80% 이상 득점으로 연결되는 페널티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심판이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페널티킥을 얻는 팀은 원정팀보다 홈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주어진 페널티킥 1,666개 가운데 63%인 1,051개가 홈팀에게 주어졌습니다. 물론 이 숫자가 온전히 심판의 성향 때문이라고만 보긴 어렵겠죠. 원정팀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홈팀이 페널티킥을 더 많이 받은 건 분명한 사실이고, 여기에 심판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모두가 알다시피 심판에 대한 교육과 오심에 대한 징계가 강화되고, 리그 운영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심판의 홈팀에 우호적인 판정 성향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해인 1992-93 시즌만 봐도 전체 페널티킥의 74%가 홈팀에게 주어졌는데, 지난 시즌에는 55%만 홈팀 몫이었습니다.
축구에 있어서, 적어도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있어서 홈어드밴티지가 옛날같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 4대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보면 축구의 홈어드밴티지가 특히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나마 미국의 프로스포츠 가운데 홈팀의 유리함이 조금 줄어들고 있는 종목이 농구인데, 앞서 심판의 판정 성향 변화가 이유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농구도 축구 못지 않게 심판이 경기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FiveThirty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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