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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페인에는 세계에서 가장 엘리베이터가 많을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스페인에는 엘리베이터가 많습니다. 스페인에서 인구 천 명당 엘리베이터 수는 19.8대로 2위인 이탈리아의 14.7대, 3위인 한국의 12대에 비해서 단연 앞서 있습니다.

[인구 1000명당 엘리베이터 수]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스페인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비율은 65%로 유럽 전체 평균인 46%보다 훨씬 높습니다. 주택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으니 엘리베이터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스페인에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월세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스페인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자가주택 소유 비율을 비교해보면 스페인의 경우는 83.2%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스페인에 원래부터 주택 소유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195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 이 비율은 80%대로 뛰어올랐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스페인을 지배했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의 정책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전쟁은 극심한 주택 부족 현상을 수반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주였던 스페인 내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스페인에서는 농촌 지역에 살던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쟁이 끝난 뒤 재개되었는데 이는 주택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반면 대중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서 프랑코 정권은 주거 정책과 관련된 정책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1946년 통과된 도시 주거 법(Urban Tenancy Law of 1946)은 세입자 보호를 아주 극심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세입자의 친척이면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주거 권리를 양도받을 수 있었고 1939년 이전에 세입자가 들어온 경우에는 집세를 한 번 올리면 그 이후로는 더는 올릴 수 없도록 규제했습니다. 이렇게 심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집주인들은 전혀 이윤을 낼 수 없었고 따라서 자신이 소유한 건물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그 결과 주택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1950년대에 프랑코 정권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정부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아주 낮은 가격으로 집을 팔도록 하는 유인책을 제공했고 이후 주택 거래는 많이 증가했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정책은 아파트 건립 투자를 증가시키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고 있었고 고용 상태도 좋았으며 도시 토지 사용에 관한 규제를 거의 없앴다는 것이 아파트 건립과 소유를 촉진했습니다. 이 당시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은 모든 스페인 사람들의 목표였습니다. 스페인의 주택 소유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코 정권의 주택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 이후 20년간 프랑코 정권은 폐쇄적인 경제를 지향했습니다. 이런 폐쇄적이고 정부 주도적인 경제하에서 농지 사용은 가장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 목적 때문에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제한되었습니다. 따라서 밀집된 형태의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정부가 진행한 고 밀집형 도시화는 주로 정치적으로 프랑코 정권과 연결된 건설회사들이 진행했고 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빌딩 건축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지어진 빌딩은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들이었습니다. 이 아파트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 초반에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많은 판잣집을 대신했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주택 정책을 고려했을 때, 스페인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삶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거주하는 방식에 대해서 스페인 사람들은 만족하고 있는 듯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주택에 투자하는 돈은 전체 소득의 20% 이하지만 94%의 사람들이 현재의 거주 조건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평균인 87%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주거 조건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노동 시장 유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현재 주거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그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페인 경제가 경제 위기 이후 회복하는데 고전하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The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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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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