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티 페어>지 최신호에 실린 제니퍼 로렌스의 인터뷰에서 최근 누드 사진 유출 사건에 대한 그녀의 첫 공식 반응을 읽고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로렌스는 “나는 그들에게 내 벗은 몸을 봐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사진을 유출시킨 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분노와 불쾌감을 표출한 이 인터뷰를 보고, 나는 누드 사진 유출 스캔들을 대하는 여배우들의 태도가 제니퍼 로렌스에 이르러 마침내 진화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과 연인을 위해 찍은 사진이 유출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반성하던 여배우들이 마침내 불법 자료를 부끄러움 없이 소비하는 대중을 향해 당당하게 “엿 먹어”를 외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런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일어났습니다. 2007년 디즈니 채널 출신의 스타 바네사 허친스가 누드 사진 유출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녀는 부끄러움과 참회로 점철된 성명을 내놓았고, 디즈니 채널의 대변인은 이 사진이 “잘못된 판단의 결과물”이었으며, “이번 사건으로 허친스가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3년 전, 스칼렛 요한슨은 처음으로 “반성하는 여배우” 내러티브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한슨은 누드 사진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일부 매체에서는 그녀의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죠. 그녀는 사건 직후 인터뷰에서 당시 남편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밝히면서, “나는 내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각도를 잘 알고 있다”고 농담을 하며 넘어갔습니다. 제니퍼 로렌스는 섹시한 농담으로 얼버무리는 전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사과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자신의 누드 사진이 허락도 없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여기저기로 옮겨지는 고깃덩어리가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죠.
로렌스의 반응은 페미니즘이 문화 담론을 지배하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2014년은 바야흐로 노골적인 페미니즘 구호(“내 몸이니까 내 선택이어야 한다”)가 <베니티 페어>의 표지를 장식할 수 있는 시절인 것이죠. 허친스의 사진이 유출되었던 2007년에는 혼전 순결 서약 같은 것이 한창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던 분위기가 있었으니까요. 성과 사생활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제니퍼 로렌스의 태도는 용서받는 수준을 넘어서 칭송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가 나오자마자 위키피디아의 제니퍼 로렌스 항목이 해킹당해 유출된 사진들이 올라온 것입니다. “너의 몸은 너의 것이 아니다, 저항하거나 화를 내면 너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겠다”는 메시지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로렌스의 대응은 피해자인 여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로렌스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다른 여성들도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입장을 밝히게 되었다”며,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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