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경영세계

레고(LEGO), 쉘(Shell)과의 동거 끝낼까?

먼저 약 6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시죠. 평화롭기만 하던 북극의 자연이 석유로 뒤덥히고 완전히 황폐화되는 이 영상은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세계 최고의 장난감 브랜드 레고(LEGO)를 압박하기 위해 만든 영상입니다. 동영상 속에 북극을 기름으로 뒤덮는 탐욕스러운 자들은 바로 석유회사 쉘(Shell)이죠. 지난 196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이어온 레고와 쉘의 협력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게 그린피스의 목적입니다. 현재 레고 장난감은 전 세계 26개국 쉘 주유소에서도 팔리고 있습니다. 무려 1,174억 원 규모의 협력 계약입니다. 그린피스는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장난감 브랜드 레고가 환경을 파괴하며 어린이의 미래를 짓밟는 쉘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레고를 직접 압박했습니다.

쉘은 최근 지속적으로 북극에서의 유전 개발 계획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올 여름 석유 시추 계획은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보류했지만, 지난 8월에는 내년도 알래스카 북서쪽 바다에서의 석유 시추 계획을 다시 미국 정부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쉘은 런던과학박물관의 기후변화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 왔습니다. 레고와의 협력도 쉘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면 상당히 훌륭한 것이죠. 레고는 장난감 블록의 원료로 궁극적으로는 원유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대체할 물질을 찾고 있고,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정책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아왔습니다.

레고 측은 처음에는 쉘과의 협력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그린피스의 주장을 외면했습니다. 레고의 CEO 요르겐 누드스토프(Knudstorp)는 쉘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면 쉘을 직접 압박하고 쉘과 이야기를 해야지 레고를 걸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린피스의 행동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했죠. 하지만 동시에 레고는 쉘과의 협력 계약이 만료되고 나서도 이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린피스가 (평소 전략대로) 다소 직설적이고 과격하게 레고와 쉘을 압박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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