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인도의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영어가 아닌 힌두어로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의 내용도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 인도의 방언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힌두어를 명실상부한 세계의 언어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힌두교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모디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도 가능하면 영어 대신 힌두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본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인도 외교관들에게도 상대방을 만날 때 힌두어를 더 많이 사용하라고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힌두어 계열의 지역 사투리를 모두 포함하여 힌두어 사용 인구는 인도에만 약 4억 명으로 추정됩니다. 힌두어는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다음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지만, 힌두어가 지구촌의 언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UN의 공식 언어도 아닐 뿐더러,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 어디를 가도 힌두어로 된 설명서나 음성 가이드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곳을 찾는 인도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를 구사하는 인도 인구는 3억 5천만 명인데, 인도 밖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인도인들이 대부분 이들입니다. 영어를 쓰는 인도인들의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이들이죠.
힌두어도 인도 안에서는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 기관을 비롯해 국영은행 등 공공 영역에서는 힌두어가 제1 공식 언어로 쓰이고 있고, 방송과 볼리우드로 대표되는 영화 산업, 문화 전반의 공식 언어도 힌두어입니다. 인도인들 가운데는 힌두어를 영어보다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영어를 구사하는 인재가 많은 덕분에 인도가 IT 강국으로 발돋움한 건 사실입니다. 인도를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인도는 세계의 사무실(back office)”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업을 장악했을 때, 인도는 영어와 IT를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걸 본 겁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중국 못지 않게 풍부한 노동력을 동원해 세계의 공장 지위를 나눠갖고 싶어합니다. 일본과 대만, 한국 모두 영어를 쓰지 않고도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힌두어의 위상이 높아져 세계의 언어에 가까워지는 만큼 세계 시장에 인도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는 것을 모디 총리는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uartz)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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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과가 많이 보이네요. 박물관의 오타임이 확실해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인도의 세계적 위상을 느낄 수 있는 글이네요. 이번 유엔 연설 각국 대표 연설들도 더 보고 싶네요. 푸틴도 있을거 같은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