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전, 소수의 물리학자들이 물리학의 개념을 경제학 문제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는 “경제물리학(econophysics)”으로 불리게 되었고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들의 개념을 받아들인 반면, 어떤 경제학자들은 이 분야를 싫어했습니다. 어떤 이는 경제물리학을 통해 어떤 가치있는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7년 전입니다. 아마 지금은 그도 생각이 바뀌었을 겁니다.)
물론 이 분야에도 다른 어느 과학분야처럼 별볼일 없는 결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물리학자들이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만들어 준 몇 가지 공헌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래가 바로 내가 꼽는 그 공헌들입니다. 다른 이들도 여기에 동의할지는 모르겠네요.
- 물리학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실험적 사실을 추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파생시장에서 시장이 크게 움직일 확률은 그 크기에 대해 세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이는 “두터운 꼬리(fat tails)”라 불리는 현상으로, 시장의 커다란 변동이 일반적인 정규분포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연구가 물리학자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60년대, 프랙탈의 아버지 만델 브로트가 이 현상을 발견한 이후,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는 자신의 첫 논문에 이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의 규칙을 더욱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 물리학자들은 시장과 다른 자연현상 사이의 관계를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크게 움직인 이후 작은 잔여 움직임은 지진이 발생한 후 여진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오모리 법칙(Omori’s law)에 의해 설명됩니다. 이는 이 현상이 단순히 경제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동역학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 물리학자들은 경제학자들과 함께 보다 현실적인 시장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90년대 중반, 산타페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시뮬레이션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전략을 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게 만듬으로써 “두터운 꼬리”현상이 발생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이로부터 발전한 시뮬레이션 모델은 거래세의 도입과 같은 매우 미묘한 금융정책의 현실적 효과를 예측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 경제물리학 분야에서 분석된 소수자게임(역주: 매 선택에서 더 적은 수의 사람이 선택한 진영이 이득을 보는 게임)은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의 핵심이 참여자들이 가진 전략의 다양성에 있음을 보였습니다. 시장은 참여자들이 매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때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참여자와 전략의 수가 늘어나 드문 기회들조차도 다수의 비슷한 전략들에 의해 공략될 때 붕괴합니다.
- 예일대의 경제학자 존 지아노코플로스는 기관들의 레버리지가 너무 높아진 것을 주요 경제위기의 발생원인으로 지난 20년 동안 주장해왔습니다. 이제 정책결정자들은 레버리지의 한도를 경제상황에 맞춰 조절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레버리지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제물리학의 결과에 의한 것입니다.
- 물리학자들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다른 근본적인 원인들을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위험이 분담될 때 전체 시스템이 더 안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위험이 너무 많이 분담될 때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 물리학자들은 또한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의 관계 역시 밝혔습니다.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더 효율적이 될 수록 더 “완전(complete)”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경제물리학은 완전해진 시장이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 오늘날 각 금융기관은 시장의 복잡성으로 인해 자신들이 직면한 위험을 계산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경제물리학은 이 위험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뎁트랭크(DebtRank)” 척도를 개발했습니다. 이 척도는 각 기관의 위험도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 척도가 공개된다면 각 금융기관은 너무 위험한 금융행위를 하지 않을 인센티브를 가지게 되며, 전체 시스템은 더 안정될 수 있습니다.
(마크 뷰캐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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