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를 구성하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핵심적인 도구입니다. 그리고 대화는 언어가 사용되는 가장 주요한 방식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음성신호로 바꾸어 주고 받음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이해합니다.
이런 언어가 사용되는 방식을 처음으로 연구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하비 색스입니다. 70년대, 그는 자살방지센터와 같이 일을 하며 녹음된 대화를 분석하던 도중, 사람들의 대화에는 어떤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대화에서 화자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두 사람의 말이 겹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지도 않다는 뜻입니다. 그는 여기에 인간이 가진 문법에 관한 지식이 쓰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나는 주인을 알고 있다”라는 완결된 문장과 “나는 주인을 알고”라는 완결되지 않은 문장의 차이를 구분함으로써 상대방의 말이 끝났을 때 자신의 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주장은 2006년 한 연구에 의해 검증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친구들간의 대화를 녹음한 후 한 그룹에게는 원래의 녹음된 대화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같은 내용이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높낮이를 제거한 대화를, 그리고 마지막 그룹에게는 음의 높낮이는 남겨둔 채 필터를 이용해 대화의 내용만을 감추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높낮이가 사라진 대화에서는 자신이 들어가야할 타이밍을 잘 잡았지만 내용이 감추어졌을 때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즉, 40년 전 색스가 발견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내용과 문법에 의해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났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남의 말이 완전히 다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을 때,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말을 시작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환이 매우 정교한 타이밍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시간 간격은 눈을 깜박하는 것보다 빠른 0.2초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아직 말을 할 동안, 끼어들 사람은 자신이 할 말을 미리 머릿속으로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모두 영어와 네덜란드어에서 이루어진 연구입니다. 과연 이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언어에서도 같은 패턴이 발견될까요? 보다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주고 받는 문화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09년에 5개국의 언어를 대상으로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5개의 언어 모두에서 그 시간은 역시 0.2초였습니다.
인간의 대화가 가진 또다른 특성은 한 사람의 말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어떤 대답이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동물들도 다양한 음성신호를 사용하지만 그 신호들의 다수는 “나 여기 있소”, 또는 “뱀을 조심해!”와 같은 단순한 정보전달을 위한 신호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대화에서는 대답이 나오는 시간 자체가 곧 신호가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대답을 빨리 하지 않을 때, 그 사실에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퍼듀 대학의 연구원들은 이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그들은 간단한 질문에 대해 각각 다른 시간뒤에 “그래”라고 답하는 음성샘플을 만든 뒤, 사람들에게 그 느낌을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0.5 초를 기준으로, 답하는 사람이 주저하기 시작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이탈리아어와 일본어에 대해서도 실험했고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그들이 조사한 모든 언어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부정적인 대답보다 빨리 나온다는 사실도 발견했고, 이는 상대방의 답변이 늦어질 때 그것을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일리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는 여기에서 타이밍이 의사소통의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의 대화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더 있습니다. 의사소통에 있어, 내가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는지의 여부를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은 모든 언어에서 “응(Huh?)”과 거의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단어가 이런 용도로 쓰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언어에 따라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모든 언어에서 발음이 쉬운 단모음의 소리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발견된 특징들, 곧 ‘순서’, ‘타이밍’, ‘확인’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러나 인간의 모든 언어에서는 발견되는 특별한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서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더 큰 집단을 구성하여 사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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