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고 있는 제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죠.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의사들이 수술을 하며 나누는 대화를 비롯해 마취 상태인 제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요.”
영국의 한 마취학회지에 사례로 실린 산드로라는 이름을 가진 환자의 경험담입니다. 전신마취 중 우연히 의식이 돌아오는 현상을 일컫는 AAGA(accidental awareness during general anesthesia)는 흔치 않게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지금껏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환자 본인만이 겪은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설명할 수 있는데, 객관적인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에 적잖은 경우 환자들의 기억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AAGA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4년간 영국 모든 병원에서 일어난 사례 3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마취 중에 갑자기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는 전신마취 19,000건 당 한 번 꼴입니다. 미국의 사례를 다룬 애틀란틱 지의 기사를 보면 미국에서 AAGA가 일어나는 경우는 1,000건 당 한두 번 꼴로 훨씬 자주 일어납니다. 제왕절개수술의 경우 이 숫자가 670건 당 한 번 꼴로 더 줄어듭니다. 대개 의식이 돌아오는 시간은 5분 미만이고 AAGA를 겪은 환자의 18%는 마취 중인데도 고통이 느껴졌다고 답했습니다. 이밖에 증상들은 몸은 움직일 수 없거나 주변의 소리가 들리는 것, 통증은 없지만 촉각이 살아 수술기구가 느껴지는 것, 숨을 못 쉴 것 같은 느낌 등이 있습니다. AAGA를 겪은 환자들 가운데 절반은 이후에 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습니다. 누군가는 길어야 몇 주 정도 괴로워하다가 잊기도 하지만, 그 당시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이 수 년 또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AAGA를 겪은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85%는 의료진이나 가족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고, 50%는 병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병원에서는 환자의 말을 믿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처리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영국에서 조사한 병원 360곳 가운데 AAGA를 접수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까지 필요한 공식적인 지침을 갖춘 곳은 12곳 뿐이었습니다. AAGA를 겪었다고 보고했지만 병원에 있는 사람 누구도 이를 믿어주지 않아 더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산드로 씨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바란 건 대단한 치료나 어마어마한 보상이 아닙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제가 왜 힘들었는지 들어주고, 이렇게 끔찍한 일을 겪게 만든 데 대해 합당한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The Atlantic)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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