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 투표는 결국 부결되었지만, 표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글래스고 인구의 3분의 1정도인 19만 여명이 생각을 달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나아가 투표 자체가 독립을 원하는 전세계 분리주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현대 국가에는 어떤 형태로건 분리를 희망하는 세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합법적인 정치 세력으로 대접받기는커녕 탄압의 대상이 되기 일쑤고,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냉대에 시달립니다. 단순히 “우리는 독립을 원한다”는 선언에, 주민 투표를 실시하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를 수용하기로 한 영국 정부의 태도는 분리주의 대처에 하나의 모범을 제시했습니다. 투쟁이 아닌 투표로 독립을 얻어내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아시아에서는 어떤 독립 국가들이 탄생할까요?
카슈미르: 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가 막을 내렸을 때, 영국 통치 하에 있었던 인도 내 562개 공국에게 독립이라는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구성원들의 종교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무슬림이 다수인 파키스탄 또는 힌두교도가 다수인 인도 중 한 곳을 택해야 했죠. 잠무카슈미르는 양쪽을 모두 거부하다가 파키스탄의 침공을 받고 나서야 인도행을 택했습니다. 차후 국민투표로 나라의 앞날을 정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국민투표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죠. 초반의 기세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카슈미르의 풀뿌리 저항 운동은 1990년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 투사의 대부분은 카슈미르 주민이 아닌 파키스탄인들로 바뀌었고, 주민들은 인도와 완전히 화합을 이루었다기보다는 겁을 먹고 조용해진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타밀 엘람: 스리랑카 북동부에 살고 있는 타밀족은 1983년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라는 깃발 아래 내전을 일으켰고, 2009년 스리랑카군에 의해 진압되었습니다. 타밀 호랑이는 최초로 자살 폭탄을 핵심 전략으로 사용했던 집단 중 하나입니다. 1990년대 초반 자살 폭탄으로 스리랑카 대통령과 인도 전 총리를 살해했죠. 그러나 타밀 호랑이는 단순한 테러 집단이 아니었습니다. 수도와 각 부처, 공군과 해군까지 갖춘 사실상의 정부를 갖고 있었으니까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는 타밀 호랑이 “정부”의 인도주의 구호 기관이 여러 국제 NGO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이후 타밀족의 독립 운동은 구심점을 잃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올해 3월 UN은 타밀 호랑이 진압 작전 과정에서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조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파푸아: 뉴기니 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파푸아주는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분리주의 운동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1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문화, 종교, 인종면에서 다양성을 자랑하는 나라이지만, 파푸아주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띕니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87%가 무슬림인데, 파푸아 주민의 83%는 크리스천이니까요.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이 인종이나 문화면에서 동남아 주류에 속한다면, 파푸아 주민들은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문화권에 속합니다. 인도네시아는 1949년에 세워졌지만, 파푸아는 네덜란드의 통치 하에 있다가 1969년에 와서야 인도네시아에 흡수되었습니다. 그후 독립 운동은 꾸준히 이어져 왔죠. 인도네시아 내 여타 분리주의 운동과는 달리, 파푸아 독립 운동은 단순한 차별이나 억압이 아닌 문화적 정체성 차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타니: 태국 남부의 휴양지 푸켓에서 자동차로 7시간이면 도착하는 파타니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독립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곳입니다. 인구가 200만도 안 되는 곳에서 지난 10년 간 사망한 사람이 4000명에 달하니, 비율로만 보면 아프간 사망자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20세기 초, 원래는 한 이슬람 왕국이었던 지역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으로 갈라지면서 분쟁의 씨앗이 생겼습니다. 주민들은 대부분 말레이어를 쓰는 무슬림이라, 태국 국왕에 대한 의무적인 존경이 이슬람교의 엄격한 유일신 사상과 충돌합니다.
티벳과 신장: 중국이 티벳과 신장의 독립을 주민 투표로 결정하자고 할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투표가 성사된다고 해도 그 결과는 불투명합니다. 수년에 걸쳐 한족이 다수 유입되면서 티벳 주민의 다수가 여전히 티벳족인지, 신장 주민의 다수가 여전히 위구르족인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죠.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티벳 인구의 90%가 티벳족이지만, 티벳 출신 망명자들은 이미 한족이 다수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디쯤에 있겠죠. 신장의 경우, 당국의 공식 통계에서조차 위구르족은 45%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분리독립 운동의 이유는 두 지역 모두 비슷합니다. 종교, 역사, 민족, 문화, 그리고 중국 정부의 가혹한 탄압이죠. (Foreign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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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독립 운동도 아시아에서 뿌리깊은 독립운동이고, 실제로 분리주의 정당이 존재합니다만 다뤄지지 않아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