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디오 이력서’라는 말에 조금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또 새로운 것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비디오 대학 입시 원서입니다. 볼티모어 소재의 구처대학교(Goucher College)는 올해 입시에서 SAT, 고등학교 성적, 추천서라는 기존의 서류 대신 자기 소개 비디오로 원서를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학 총장은 SAT 성적이 부모의 능력이나 지금까지의 성취를 보여주는 숫자에 불과한 반면, 부모로부터 비싼 노트북 컴퓨터나 지원 서류 첨삭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의 학생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휴대폰 하나 정도는 갖고 있을거라며 비디오 지원서가 편견없는 평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학의 발표에 즉각 비판 여론이 일었습니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에게 유리한 방식이고, 대인 관계 능력이나 매력과 같은 요소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평가 방식이라는 것이죠. 혹자는 많은 학생들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보다 편하게 여기는 것도 사실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스스로를 어필하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입시 전형과는 달리 편견없는 평가가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합니다. 전통의 틀을 벗어난 이력서의 시대에 입시 경쟁과 구직 경쟁은 일종의 군비 경쟁을 연상시킵니다. 어제는 파워포인트 이력서면 충분히 돋보였고, 오늘은 비디오 이력서로 여러 지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지만, 내일은? 장편 영화라도 찍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일까요?
일부에서는 구처대학교의 새로운 방침이 더 많은 학생들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해당 학교는 지원자의 70% 이상을 합격시키는데도 실제로 등록하는 합격자의 비율이 16%밖에 되지 않는 학교니까요. 이번 조치로 이 숫자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많은 언론 매체들이 비디오 입시 원서를 ‘셀카’에 빗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학교의 이미지는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비디오 입시 원서가 미국 사회의 교육 경시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분짜리 셀카가 학업과 인성 면에서의 여러가지 성취를 대신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어처구니없으며,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상황은 위험하다는 것이죠.
비디오 입시 원서의 유행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지의 여부는 구처대학교의 올해 입시 결과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대학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면, 비디오 입시 원서가 새로운 유행이 된다고 해도 딱히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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