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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청소년에게 묻다

에딘버러의 버러뮈어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7세의 션 워링턴은 18일 치러지는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질 계획입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사안에 대해 배우고 토론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는 “부모님의 의견과는 다르지만, 찬성 쪽의 의견이 더 일리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16세의 루시 월러스는 스코틀랜드 독립에 반대합니다. “엄마는 정치 이야기를 싫어하시기 때문에 집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반대 결정을 내렸죠. 물론 찬성 의견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어요.” 루시의 말입니다. 친구와 함께 찬성과 중립 입장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또 다른 이 학교 재학생은 가족들과 이야기해서는 한 쪽의 의견만 듣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학교에서 공식적인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2년 간 수업을 통해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학생들은 모의 투표를 하기도 하고, 교외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죠. 의견에 따라 찬성, 반대 배지를 달고 다니기도 합니다. 물론 교사들은 표면상 철저한 중립을 지킵니다. 관련 수업을 이끄는 교사는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스코틀랜드가 중요한 투표를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학교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표 절차를 교육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정도에 그치는 학교도 있고, 선거를 앞둔 시기에 공공 기관이 지켜야 할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스코틀랜드 독립이라는 사안을 전혀 다루지 않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육학자들은 이처럼 학교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 토론을 금지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학생들이 나서 토론 허용을 촉구하는 인터넷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죠.

이번 투표에서 청소년 유권자들의 동향을 분석한 에딘버러대학의 연구원 잰 아이콘(Jan Eichhorn)은 교실에서의 토론이 학생들의 사회 참여와 투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말합니다. 사안에 대한 지식이나 투표 절차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죠. 물론 민감한 사안은 교실에서 다루기가 까다로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교 수업이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까봐 우려하고, 때문에 수업에 개입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교사들은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더욱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아이콘은 또한 학생들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 부모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 또는 반대할 것이라는 우려, 학교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시각을 주입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는 모두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해 16-18세의 유권자들이 다른 나이대의 유권자들에 비해 오히려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부모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청소년은 조사 대상의 44% 정도로 나타났죠. 나이 든 유권자들에 비해 사안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투표에 참여했던 청소년은 미래에도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가 일찍이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기 시작한 것은 인구 노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유권자가 25세 이하 유권자 수를 넘어서면서 세대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죠. 아이콘은 스코틀랜드에서도 그러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학창 시절에 몸에 배인 투표하는 습관은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오스트리아에서는 학생들이 정치적인 문제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바꾸었는데, 이 역시 정치 신뢰도와 투표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아이콘의 설명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주민 투표의 선거 연령이 18세에서 16세로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에딘버러대학에서 교육 정책을 연구하는 린지 패터슨(Lindsay Paterson) 교수는 노동당과 스코틀랜드민족당(SNP) 모두 찬성하는만큼 ‘투표 연령 16세’는 곧 스코틀랜드와 영국 전역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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